|
중국에 체류하면서 아시아 금융시장을 연구하고 있는 국제금융협회(IIF) 피비 펑 선임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연준이 3년여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하루 전인 지난 15일 이데일리와의 유선 인터뷰에서 이 같이 전망했다. IIF는 전 세계 450여개 민간 은행과 투자회사들이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는 민간 국제금융기관 연합체이자 씽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다.
펑 애널리스트는 “최근 미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인플레이션은 근래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매우 광범위하게 확산하고, 매우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처럼 광범위하면서도 수요 증가가 견인하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연준은 매우 공격적으로 조치에 나설 것으로 본다”고 점쳤다. 인터뷰에서 3월 기준금리를 기정 사실화한 그는 “첫 금리 인상 이후에도 올해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때마다 매번 금리 인상을 검토할뿐 아니라 2분기(4~6월) 중에 곧바로 보유 채권을 줄이는 양적 긴축(QT)까지도 나서는 등 매우 공격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상황이 신흥국들에게는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봤다. 펑 애널리스트는 “최근 몇 개월 간 글로벌 투자자들은 신흥국 주식과 채권에서 자금을 빼내갔고 리스크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이는 연준의 긴축뿐 아니라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과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와 올해 여러 경제권에서의 경제 성장 회복세가 충분치 않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도 반영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어 “연준 긴축과 자국 내에서의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선제적으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자 채권시장에서 자금이 이탈하고 있고, 자국 통화 강세에도 불구하고 신흥국 채권 투자자금까지 빠져나가고 있다”며 “전쟁으로 인해 원자재 가격이 뛰면서 수혜를 볼 수 있는 남미 신흥국들은 그나마 자금 순유입을 기대할 수 있지만, 수입이 많은 아시아 신흥국들은 오미크론 확산 악재까지 가세해 자금이 빠져 나갈 수 있는 만큼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탓에 원유와 천연가스, 곡물 공급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만큼 공급 악화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생길 수 있고, 이는 한국을 비롯해 수입이 많은 국가들에게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도 했다.
아울러 미국 금리 인상 탓에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하에서 빠르게 늘어난 부채 상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은 우려했다. 펑 애널리스트는 “신흥국 국가채무는 2019년 이후 2년 간 무려 30% 이상 늘었는데, 이 상황에서 연준이 좀더 서둘러, 더 큰 폭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신흥국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나고 글로벌 국채 발행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물론 “한국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여전히 높지 않은 국가채무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강한 경제 성장세를 보이는 만큼 다른 신흥국들에 비해 한국 경제의 리스크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많은 다른 나라들이 부채가 다시 낮아지는 상황인 반면 한국에선 국가채무가 더 늘어나고 민간부채도 늘어나고 있다”며 “늘어난 가계 부채는 치솟는 시장금리 하에서 가계 소비 회복세를 억누르는 악재가 될 수 있고, 기업 부채 증가는 취약해진 기업들 가운데서 디폴트(채무 불이행) 리스크를 늘리고 채권시장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한국 경제가 이로 인해 큰 충격을 받진 않을 것으로 봤다. 펑 애널리스트는 “연준 통화긴축으로 달러화 강세가 일정 기간 더 이어질 수 있지만, 한국과 같은 경우는 작년 하반기부터 지금까지 이미 세 차례나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있고 수출도 여전히 호조를 보이고 있는 만큼 지난 2013년 미국 긴축에 비해 훨씬 더 잘 대비돼 있다”고 말했다. 또 “현재 경상수지를 기초로 한 모델에 따르면 한국 원화도 큰 폭의 저평가 상태”라며 달러 강세 하에서도 원·달러 환율이 더 크게 뀌진 않을 것으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