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지급은 저소득층만…나머진 대출 지원이 더 효과적”

이명철 기자I 2020.07.16 12:00:00

KDI ‘가계부문 유동성 위험 점검과 정책적 시사점’
일괄 현금지급시 유동성 위험가구 4.7%→2.7%
선별지원시 1.0%까지 낮아져, 재정 절감 효과도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코로나19로 가구 소득이 20% 감소할 경우 전체 4~5% 가량은 현금성 자산 부족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가계 유동성 위험을 줄이기 위한 정책을 펼칠 때는 소득이 낮은 취약계층에 직접 현금을 지급하고 어느 정도 자산을 보유한 가구는 담보 대출 등 신용 지원을 하는 편이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이다.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모습. 연합뉴스 제공
◇ 소득·자산 적을수록 코로나19 영향 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6일 ‘가계부문 유동성 위험 점검과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 위기에 따른 가계수지 적자에 대응해 활용할 유동성 자산이 부족한 가구는 심각한 재무적 곤경을 겪을 것”이라고 밝혔다.

KDI는 지난해 가계금융·복지조사를 기반으로 3개월간 누적 적자가 현금성자산(현금·저축·펀드·주식·채권 등)보다 큰 곳을 유동성 위험가구로 정의했다.

지난해를 기본 시나리오로 했을 때 유동성 위험가구(위험가구)는 전체 3.1%다. 전체 가구 소득이 각각 10%(시나리오1), 20%(시나리오2) 줄었을 경우 위험가구는 0.6%포인트, 1.6%포인트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사태에서 우리나라 가구 소득이 일제히 20% 감소했다면 전체 100가구 중 4.7가구(4.7%)는 유동성 위기에 놓인다는 말이다.

소득이 낮을수록 충격은 더 크다. 소득 하위 20%인 1분위의 위험가구는 기본 시나리오에서 7.7%로 시나리오1은 9.2%, 시나리오2 11.7%까지 높아진다. 반면 5분위는 시나리오2를 적용해도 기본 0.8%에서 1.1%로 0.3%포인트만 상승한다. 순자산의 경우에도 1분위는 기본(6.8%)대비 시나리오2 상승폭은 4.9%포인트지만 5분위는 1.7%에서 0.3%포인트에 그친다.

김영일 KDI 선임연구위원은 “동일한 충격을 받아도 소득·순자산 하위 20% 가구가 겪는 영향은 상위 20%보다 10배 이상 크다”며 “종사상 지위별로도 소득 20% 하락 시 위험가구 비율은 상용근로·자영업이 0.9%포인트인 반면 임시·일용직은 2.1%포인트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위험가구의 유동성 위기를 줄이기 위한 정부의 직접 지원은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시나리오2에서 정부가 가구당 100만원을 지급했을 경우 위험가구 비율은 2.7%, 300만원 지급 시 1.5%로 각각 2.0%포인트, 3.2%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실제 정부가 올해 4인가구 기준 100만원씩 지급한 긴급 재난지원금도 이와 비슷한 효과를 냇을 것으로 봤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100만원의 현금 지급 영향을 간접적으로 평가했을 때 유동성 위험 완화에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정책지원 방식에 따른 유동성 위험 가구 비율 변화. KDI 제공
◇ 정보 인프라 마련, 대출 예외적용 등 과제

앞으로 코로나19 상황이 악화할 경우 정부의 추가 지원은 불가피하겠지만 한정적인 재원 등을 감안할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KDI는 일괄적인 현금 지급보다는 선별적인 지원이 더 효과적이라고 평가했다.

시나리오2에서 취약가구는 100만원을 현금 지급하고 담보여력이 있는 자산 보유 가구에 신용을 지원할 경우 위험가구 비율은 1%로 기본시나리오보다 3.7%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일괄적인 100만원 현금 지급 감소폭(2.0%포인트)보다 높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소득 상위 가구는 절대 적자액 자체가 커 적은 금액의 소득 지원보다 신용 지원이 더 효과가 크다”며 “담보여력이 있는 자산 보유 가구에 대해 담보대출 등을 지원하고 취약가구만 현금을 지급하는 게 재정절감 측면에서도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선별 지원에서 풀어야 할 과제들도 있다. 우선 전체 가구의 수입·지출·자산 등의 정보 파악이 필요한데 정보 인프라 마련을 위한 국민 합의와 행정비용이 소모되는 만큼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담보대출 지원 시에도 기존 주택담보대출인정비율(LTV) 규제 등이 강화된 상황인 만큼 예외적인 긴급생활안정자금 용도 대출 등의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고 KDI는 조언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소득지원을 받는 가구와 받지 못한 가구 간 형평성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합의도 해야 한다”며 “가계에 대한 지원의 목적은 내수 활성화·복지 등도 있을 수 있어 종합 판단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