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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보잉 CEO, 737맥스8 추락 소프트웨어 결함 첫 인정

방성훈 기자I 2019.04.05 12:20:17

데니스 뮬렌버그 CEO, 에티오피아 예비조사 결과 발표후 성명
에티오피아·라이언항공 사고시 시스템 오작동 시인
“보잉, 재발방지 책임져야…고객안전 위해 최선 다할 것”

보잉 홈페이지 캡쳐.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최대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의 데니스 뮬렌버그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10월과 올해 3월 두 차례 추락사고를 낸 ‘737맥스8’ 기종에 대해 처음으로 소프트웨어 결함을 인정했다.

4일(현지시간) CNN과 CNBC에 따르면 보잉은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뮬렌버그 CEO의 동영상과 함께 성명을 게재했다. 이날 성명은 지난달 추락한 에티오피아항공 737맥스8 기종 여객기에서 센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비행기 조종 시스템에 잘못된 정보를 보냈다는 에티오피아 정부의 예비조사 결과 보고서가 발표된 뒤에 나왔다.

뮬렌버그 CEO는 영상에서 “두 차례 사고에서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자세한 내용은 추후 정부가 최종보고서를 통해 발표되겠지만, 에티오피아항공 302편 사고에 대한 예비보고서에 따르면 두 기체에서 조종특성향상시스템(MCAS)이 잘못된 정보에 반응해 작동한 것이 명백하다(apparent)”고 말했다. 기기 오작동이 있었음을 시인한 것이다.

MCAS는 비행기 기수가 너무 높이 들려 양력을 잃고 추락하는 상황이 발생할 때 자동으로 기수를 낮춰 기체 균형을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실속방지를 위한 자동제어시스템이다. 앞서 많은 항공 전문가들이 737맥스 시리즈에 새로 장착된 MCAS 오작동이 사고 원인이라는 의혹을 제기해 왔다.

뮬렌버그 CEO는 “우리는 두 차례 사고를 통해 앞으로는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재발 위험을 제거하는 것은 우리의 책무다. 우리는 책임이 있으며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알고 있다”면서 “고객들에게 다시는 라이언에어 610편과 에티오피아항공 302편과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것임을 약속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우리는 최고의 기술자들과 팀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라이언에어 사고 직후부터 미국 연방항공청(FAA) 와 협력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마무리하기 위해 지치는 줄도 모르고 작업해 왔다”면서 “우리는 737맥스8 기종의 기본적인 안전성에 확신이 있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완료되고 나면 가장 안전한 비행기 중 하나가 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뮬렌버그 CEO는 이어 “우리는 항상 안전에 중점을 뒀다. 안전은 보잉의 핵심이다. 앞으로 몇 주, 또는 몇 달이 걸리든 고객 안전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되찾기 위해 가능한 모든 일을 다할 것이다”라고 약속했다. 그는 이날 추락사고 원인으로 지목되는 MCAS 업데이트 시험비행에 직접 참여했다. 안전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에티오피아항공의 737맥스8 항공기는 지난달 10일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 볼레 국제공항을 이륙한 뒤 6분 만에 추락했다. 탑승객 및 승무원 등 157명 전원이 사망했다. 앞서 작년 10월 라이온에어의 같은 737맥스8 기종 항공기가 이륙 13분 만에 자바해에 추락해 189명이 사망했다.

이후 전 세계 모든 국가가 같은 기종의 항공 운항을 중단·금지했고, 에티오피아 항공당국과 FAA 등은 두 사고의 유사성에 중점을 두고 조사에 착수했다. 다그마윗 모게스 에티오피아 교통부 장관은 이날 예비조사 결과 보고서 발표와 함께 “승무원들은 제조업체(보잉)에 의해 제공된 모든 절차를 반복적으로 수행했지만, 여객기를 통제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한편 에티오피아항공 사고 여객기에 탑승했다가 목숨을 잃은 한 희생자 유가족들은 이날 보잉을 상대로 “승객의 안전보다 회사 이익을 우선시했다”며 미국 시카고 연방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유가족들은 보잉의 의무 태만, 부주의, 무모하고 잘못된 운영, 임무소홀 등을 지적하며 단순 사고가 아니라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참사였다고 주장했다. 희생자 모친은 기자회견에서 “그런 비행기를 만들어 판매한 책임자들은 우리 딸을 자기 딸처럼 생각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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