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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는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헌법재판소 대강당에서 이 소장과 김이수·김창종·안창호·강일원 재판관에 대한 퇴임식을 진행했다.
이 소장은 퇴임사에서 “헌재는 재판관 구성에 권한이 없는 까닭에 다른 기관과 구성에 관해 협의할 일이 없다”며 “오직 재판관들이 재판소 구성권자와 결별하겠다는 의지를 굳건하게 지님으로써 헌법재판의 독립은 확보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헌재 구성원을 향해 “헌법재판 독립성에 대한 반석 같은 신념을 더욱 강고하게 가져 주시기 바란다”며 “독립성을 바탕으로 불완전한 민주주의를 완성시키는 나침반 역할을 하는 헌법재판을 더욱 발전시켜 주시기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40여 년의 공직생활을 마감하는 그는 가족에 대한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이 소장은 “그동안 다른 분들의 기본권을 보장하느라 정작 가족의 기본권을 지키지 못했다”며 “공직자 가족으로서 기본권을 침해받아 항상 미안했던 가족에게 지금이라도 행동자유권과 같은 기본권을 회복시켜줄 수 있어 다행”이라고 소회를 언급했다.
김이수 재판관은 “헌재는 30년의 연륜에 쌓이면서 이제 헌법의 최종적 해석자, 수호자로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상징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며 “헌법의 따뜻한 기운이 어둡고 그늘진 곳에도 고루 퍼져나가 이 나라가 더욱 건강하게 발전하기를 간절히 원한다”고 말했다.
김창종 재판관은 “헌법재판관으로서 감당해야 할 역사적 책임과 시대적 사명을 생각하면 어깨가 항상 무거워 마음 편하게 보낸 시간은 그리 많이 않은 듯하다”며 “헌법 수호 및 국민 기본권 보장의 최후의 보루인 헌재에서 마지막 공직을 무난하게 마칠 수 있게 돼 너무나 큰 영광이고 또 행복했다”고 밝혔다.
안창호 재판관은 “헌법재판은 우리의 구체적 헌법 현실을 파악하고 헌법가치를 궁구하는 여정이었다”며 “보편적 인권의 가치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의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역사적 맥락을 파악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강일원 재판관은 “기본권이라는 측면에서 우리 대한민국 국민이 미국이나 일본, 독일, 프랑스 국민보다 조금 적은 기본권을 누릴 아무런 이유가 없다”며 “앞으로의 30년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본권 보장국가로 올려주실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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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는 국회 몫 재판관 후보자 3명을 어떤 방식으로 선출할지를 두고 지난한 협상을 벌여 교섭단체별 각 1명씩 추천으로 정리가 됐다. 협상 완료 직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30일 김기영 서울동부지법 수석부장판사, 제2 야당은 바른미래당은 지난 3일 이영진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각각 추천했다.
심지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청문일정을 합의한 순간까지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다가 지난 10일 청문회 일정이 시작된 이후에야 이종석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를 추천했다. 국회 몫 3명의 후보자에 대한 추천 절차가 늦어지며 국회는 부랴부랴 인사청문특위를 구성했지만 시간이 촉발해 사전 서면질의도 없이 청문회를 개최하는 촌극을 벌였다.
더욱이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명한 이석태·이은애 후보자의 경우 국회의 동의 절차가 필요 없지만 여야의 대립 속에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에 실패했다. 한국당은 이들 후보자가 모두 부적격하다며 청문보고서 채택을 위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참석하지 않고 있다. 김 대법원장이 18일 국회에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송부해달라고 요청하기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