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길} 차자와 주엉 하영 고맙수다.”
제주의 한 시골 마을 어귀에 걸린 현수막의 글귀로, “제주 올레길을 찾아와 주어서 아주 고맙습니다”라는 뜻이다. ‘올레길’은 국어사전뿐만 아니라, 2010년에 발간된 《제주어사전》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말이다. 최근에 간행된 《제주어사전》에 실려 있지 않은 것을 보아, 오골레기(제주어로 ’온전히‘라는 뜻) 제주 사람들이 써 왔던 말은 아닌가 보다.
‘올레길’은 ‘올레’와 ‘길’이 결합해 만들어진 말로, ‘올레’는 현기영의 소설, 김광협의 시, 제주 속담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나는 긴 {올레를} 지나 한길로 나왔다.《현기영: 지나가는 바람에》
펭이 돌리는 아이덜은//펭이채 아상 {올레에} 지깍하곡(팽이 돌리는 아이들은 팽이채 가지고 올레에 가득하고) 《김광협: 쥉이 꼴랑지 심엉, 돌할으방 어디 감수광(쥐 꼬랑지 붙잡고, 돌할으방 어디 갑니까)》
마당물은 {올레레} 나려가지 안 허게 헌다(마당물은 올레로 내려가지 않게 한다. ‘집안에 고인 물이 집 바깥으로(즉 올레로) 빠져나가면 가난하다’는 제주 속담).
‘올레’는 ‘한길(큰길)로 나갈 수 있는 작은 길’이며, ‘아이들이 모여서 팽이를 치며 놀 수 있는 어떤 곳’이며, ‘집 주변의 어떤 곳’이다. 《제주어사전》을 보면 ‘올레’는 ‘거리길 쪽에서 대문까지의, 집으로 드나드는 아주 좁은 골목 비슷한 길’이다. 제주에는 ‘올레길’ 말고도 ‘올레’가 붙은 말들이 있다. ‘올레를 지키는 신’인 ‘올레지기’가 있으며, ‘올레를 따라 양옆으로 쌓은 담’인 ‘올렛담’, ‘올레 어귀에 단 문’인 ‘올렛문’ 등이다. ‘올렛문’을 지나면 제주의 대문인 ‘정낭’에 닿는다.
그런데 제주의 ‘올레길’은 한길에서 집에 이르는 작은 골목길이 아니라 매스컴을 통해 잘 알려진 것처럼 특정한 지역을 둘러볼 수 있는 도보여행 코스다. ‘올레길’의 ‘올레’는 제주어의 ‘올레’에 말 뿌리를 두고 있지만, 원래의 뜻에서는 이미 멀어진 말이다. 오히려 ‘올레길’의 아류인 ‘둘레길’에 더 가까운 말이다. ‘둘레길’ 역시 아직은 사전에 올라 있지 않은 말로, 웹상에서 ‘주로 산의 둘레를 따라 일주하는 길’로 그 뜻이 풀이되어 있다. ‘올레길’이나 ‘둘레길’ 모두 우리의 삶 속에서 자연적으로 생겨난 말은 아니다.
‘올레길’은 관광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사단법인 <제주 올레>에서 만들어 낸 말이며, ‘둘레길’ 또한 그 주체는 분명하지 않지만, ‘올레길’을 본따 만든 것으로 그 시작은 ‘지리산 둘레길’이다. 제주의 ‘올레길’이 성공한 이후로 ‘올레길’은 ‘서울 올레길, 대구 올레길, 부산 올레길’ 등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전국적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
제주어 ‘올레’에 대응하는 표준어는 ‘오래’이다. ‘오래’는 ‘한동네의 몇 집이 한 골목이나 한 이웃으로 되어 사는 구역 안’, 또는 ‘거리에서 대문으로 통하는 좁은 길’이다. 함경도 지역에서 ‘오래’는 ‘마을’, ‘가문(家門)’, ‘이웃’의 방언이기도 하다. 현대국어의 ‘오래’는 ‘대문’의 뜻을 가진 옛말 ‘오래({오래} 잠가 너허시나 궁듕의 긔특 거륵한 샹셔의 일이 만하니《계축 하:47》’가 그 뜻을 끊임없이 변화시켜온 결과이다. 제주어의 ‘올레’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제주에 ‘올레길’이 있다면, 서울에는 ‘오래길’이 있어야 한다. ‘올레길’이 앞으로 얼마나 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단어로서 살아갈지는 지켜보아야 할 일이다.
![[단독] “뭐라도 해야죠”…박나래, 막걸리 학원서 근황 첫 포착](https://image.edaily.co.kr/images/vision/files/NP/S/2026/01/PS26012300805t.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