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낙마 고비 넘었지만..본계약까지 `갈길 멀다`

김국헌 기자I 2010.11.29 17:05:31

내년 1월 본계약..3월 중 매각 마무리
채권단, 3가지 조항 강화된 조건부 MOU로 증명책임 부과
현대차, 소송카드로 채권단에 압박
의혹 완벽히 해소 못하면 MOU `휴지조각`

[이데일리 김국헌 기자] 현대그룹이 29일 현대건설 채권단과 주식매매 양해각서를 체결하며, 현대건설 우선협상대상자 낙마 고비를 넘어섰다.

이날 외환은행과 한국정책금융공사 간 이견이 감지됐고, 예비협상자인 현대자동차그룹은 채권단에게 현대그룹 인수자금 의혹을 명백히 밝히라며 소송까지 경고했지만, 일단 채권단은 현대그룹의 손을 들어줬다.

현대그룹은 이날 "공정한 결과"라며 "그룹 역량을 집중시켜 정해진 일정에 따라 현대건설 인수를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현대차가 전면전을 선포한 데다 채권단의 본계약 전까지 까다로운 검증을 요구하고 있어, 현대그룹이 내년 1월 본계약(SPA)을 체결하기까지 길고 긴 험로가 예상된다.

◇의혹 완벽히 진화 못하면 MOU는 `휴지조각`

▲ 현대그룹 본사 전경. (사진= 한대욱 기자)
일단 채권단은 더욱 강화된 조건부 MOU로 현대그룹의 `선(先)MOU 체결 후(後)증명` 요구를 받아들였다.
 
현대건설(000720) 주주협의회 운영위원회는 이날 현대그룹에 오는 12월7일까지 프랑스 나티시스은행 대출계약서와 부속서류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것이 부족하다고 판단하면 5영업일 말미를 주고 한 차례 더 추가 증빙을 요구할 계획이다. 

정치권과 현대차의 압력을 받고 있는 채권단은 현대그룹 인수자금의 건전성을 철저하게 검증할 수밖에 없는 상황. 사실상 현대그룹이 프랑스 나티시스은행 계좌의 대출금 1조2000억원을 두 차례의 소명 기회를 통해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면 MOU는 구속력 없는 한 장의 종이에 불과하다.
 
주주협의회 의결권 22%를 보유하고 있는 한국정책금융공사의 유재한 사장은 이날 MOU 체결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증명이 충분치 못하다고) 2개 기관만 합의하면 MOU를 해지할 수 있다"며 "(현대그룹이 소명한 인수자금 조달 내용이 요건을 갖추더라도) 주주협의회 80% 이상이 찬성해야 본계약이 효력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MOU 조항에도 세 가지 단서를 달았다. ▲ 인수자금 조달 증빙에 중대한 불법성이 없다는 점 ▲ 나티시스은행 대출에 현대건설과 현대그룹 계열사 주식과 자산을 담보로 제공하지 않았단 점 ▲ 현대그룹이 진술하거나 보장한 사항에서 위반된 여부가 확인되면 추가 해명 요구에 성실히 응해야 한다는 점 등이다.

현대그룹은 이제부터 채권단의 요구를 충분히 수용하면서, 시장의 현대상선(011200) 프랑스법인 인수자금 의혹을 철저히 진화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까지의 과정은 모두 물거품이 되기 때문에, 현대그룹은 열린 가능성을 안고 현대건설 인수 마무리 작업을 하게 됐다.

◇칼 빼든 현대차, 전면전 선언..`해명 압력 가중`

무엇보다도 현대자동차(005380)의 전면전 선언이 현대그룹에겐 큰 부담이다. 현대차가 일단 칼을 뺐기 때문에, 현대그룹의 인수자금 의혹에 대해 전방위로 문제를 제기할 것이 자명하다.

▲ 현대자동차그룹 사옥 전경
현대차는 이날 MOU 체결 발표 직전에 현대그룹의 우선협상자 지위를 박탈하라고 요구하고, 현대그룹과 마찬가지로 소송 카드로 채권단을 압박했다.

현대차는 "수정된 내용으로 MOU를 체결하는 것은 채권단이 현대그룹에 부당한 특혜를 주는 것"이라며 "채권단이나 주간사의 조치를 예의주시해 입찰이 정상궤도를 못찾으면 외환은행을 포함한 입찰 관련기관들에 대해 민·형사상 조치를 즉각 착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대차의 문제 제기로 현대그룹 인수자금 문제가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 안건으로 올라갔던 경험이 있는 만큼, 현대차의 전방위 압력은 현대그룹을 옥죌 공산이 크다.

프랑스 나티시스은행과 대출계약서를 공개하는 수준의 행보로 투명하게 시장 의혹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현대차의 시비는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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