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강신혜기자] 세계 금융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결국 금리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습니다. 원론적인 얘기를 했을 뿐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항상 애매모호한 수사법을 사용하는 그린스펀이 어제처럼 확실한 단어를 사용한 것은 상당히 드문 일입니다. 지난해 한차례 시장과의 대화에서 실패한 경험이 있는 그린스펀이 이제 `직접화법`으로 방법을 바꿀 걸까요. 국제부 강신혜 기자가 자세한 소식 전해드립니다.
미국 경제의 10년 장기호황을 이끈 일등공신이란 화려한 수식어구가 항상 붙어다녔던 `경제 대통령` 그린스펀 의장의 위상은 경기침체기를 통과하는 동안 다소 추락했습니다.
"미국이 조기에 금리를 인상했다면 버블을 막았을 것"(알프레드 브로더스 리치몬드 연방은행 총재)이라든지 "FRB의 모호한 대화방식이 시장을 혼란시킨다"(벤 버난케 FRB 이사)는 동료들의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상당 기간(considerable period)`과 `인내(patience)`라는 두 단어로 금융시장을 평정하는 데 성공했지만 그린스펀에 대한 비난은 끊이질 않습니다.
뉴욕타임스의 칼럼을 빌어 매일 남 비판하게 바쁜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로부터는 `철면피`라는 표현까지 얻었지요.
시기와 질투 섞인 비난도 있지만 그린스펀의 노련미가 최근들어 떨어진 것이 사실입니다. 잇따른 사망설이 나도는가 하면 5번째 연임이 확정적임에도 불구하고 번번히 후계자 보도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겠죠.
계산된 행동일지는 몰라도 최근에는 경제문제 보다는 사회보장제도, 모기지 은행 등 논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주제에 더 많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너무 여러가지 이슈들를 들춰내는 바람에 어떤 사람은 농담반 진담반 "언젠가는 그린스펀이 동성결혼 문제에 대해서도 얘기할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일부에서는 그린스펀 의장이 은퇴를 준비하면서 경제, 사회 전반에 걸친 이슈들을 하나씩 꺼내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그린스펀의 상징인 "애매모호"한 단어구사입니다.
그린스펀이 한창 잘 나가던 예전에는 이같은 대화방식이 시장에 먹혔을지 모르지만 그린스펀 뿐만 아니라 FRB에 대한 신뢰도가 흔들리고 있는 이 때에 투명하지 못한 발언은 시장을 크게 흔들수 있기 대문입니다.
특히 지난해 여름에는 채권시장이 큰 혼란에 빠진 적이 있었지요.
당시 그린스펀은 연방은행이 국채 매입에 나설 것이라는 인상을 시장에 심어줬으나 채권시장의 예상은 빗나갔고 결국 이는 금리급등으로 고스란히 이어졌습니다.
이 때문에 그린스펀은 FRB 내에서도 큰 비난을 받았습니다. 확실하지 않은 FOMC 성명서 내용과 의장의 발언이 시장을 오도했다는 비난은 `상당기간`이라는 구체적 단어가 나올 때까지 지속됐었지요.
이같은 비난에 그린스펀 의장도 최근 좀 더 직설적인 화법을 택하고 있습니다.
어제도 피해갈 수 있었지만 상원의원의 질문에 그린스펀 의장은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은행위원회의 리처드 쉘비 위원장의 질문에 그린스펀 의장은 "지난해 큰 관심사였던 디플레이션 위협은 각종 지표들을 감안했을 때 더 이상 이슈가 아니다"는 점을 명확히 밝혔습니다.
그린스펀은 이어 그린스펀 의장은 이 정도에서 대답을 마치면서 오늘 있을 청문회에서 좀 더 자세한 견해를 밝히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정말 중요한 내용은 내일 나온다"고 말한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따라서 오늘 그린스펀의 입을 통해 `경제 대통령의`의 진짜 생각을 읽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린스펀은 `언젠가는 금리가 인상될 것`이라는 점을 시장에 주지시키는 동시에 시장 충격을 막기 위해 인플레이션이 폭발할 징조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할 것입니다.
어려운 줄타기임에는 분명하지만 FRB만을 쳐다보는 시장을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가기 위해 그린스펀의 노련미가 또 한번 요구되는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