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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형님이신데” 눈물의 합동분향소…각계각층 발길 이어져(종합)

김형환 기자I 2024.12.30 16:32:53

[제주항공 참사]
가족·지인부터 시민까지 분향소로 발길
“사촌 가족이 희생”…오열하는 시민들
“일면식 없지만”…새벽부터 달려오기도
최상목 등 각계각층 분향소 찾아 조문

[무안(전남)=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사촌 형님이신데 형수님과 딸하고 같이…”

경기도 파주에서 전남 무안을 찾은 김유천(51)씨는 눈시울이 붉어진 채로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사촌 형과 가족들이 탑승자 명단에 있다는 것을 확인한 김씨는 합동분향소가 세워진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전남 무안으로 향했다. 김씨는 “너무 안타까운 사고다.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결국 돌아가셨더라”며 “좋은 곳에 가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30일 전남 무안스포츠파크에 세워진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에는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희생자들의 유족부터 지인, 일면식도 없는 시민들까지 분향소를 찾아 희생자의 명복을 빌며 눈물을 흘렸다. 정치권·종교계 등 각계각층 인사들도 이곳을 찾아 희생자들을 위로했다.

30일 전남 무안군 무안종합스포츠파크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합동분향소에서 조문객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같이 근무했는데”…희생자 앞 눈물 쏟은 시민들

이날 분향소가 열리기 전부터 무안스포츠파크 인근에는 시민들로 붐볐다. 분향소에는 위패와 함께 하얀 국화 가득했다. 분향소 곳곳에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해 우원식 국회의장,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정치권과 대한불교조계종 등 각계각층에서 보낸 화환이 놓여 있었다. 직원들은 가슴에 근조 리본을 달고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을 차분히 안내했다.

한 손에 국화를 든 시민들은 침통한 표정으로 희생자들의 위패 앞에 섰다. 시간이 꽤 흘러도 희생자들을 기리는 시민들의 행렬은 줄어들지 않았다. 이들은 국화를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슬픔을 이기지 못해 눈물을 펑펑 쏟기도 했다. 한 시민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해 함께 온 지인의 부축을 받고 자리를 떠났다.

일부 추모객들은 자신의 가족이나 지인의 이름이 적힌 위패 앞에 서 멍하니 한참을 쳐다보기도 했다. 송기영(68)씨는 “같이 근무했던 전 직장동료가 있어서 아침에 미사 드리고 이렇게 분향소에 왔다”며 “(희생자는) 지난 2월에 명예퇴직을 했다가 부부가 같이 변을 당했다.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해줄 수 있는 건 기도뿐이라 이렇게 찾아왔다”고 말했다.

희생자 중 초등학교 동창이 있다는 A씨는 “항공기 사고가 나고 동창들 사이에서 친구가 사망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며 “오랜 추억을 나눴던 친구에게 좋은 곳에 가라고 빌어주고 싶어서 광주에서 찾아왔다”고 눈물을 보였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전남 무안 스포츠파크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조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치권·종교계 각계각층 발길…후원도 이어져

희생자들과 일면식도 없지만 새벽 이른 시간부터 먼 지역에서 전남 무안을 찾은 이들도 있었다. 서울 강서구에서 오전 3시에 차를 몰고 이곳을 찾았다는 최윤호(24)씨는 “유튜브를 하고 있는데 한 구독자가 사고를 당했다는 댓글이 달려 진짜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곳을 찾았다”며 “오기 전까지 슬프긴 했지만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실제로 와서 위패들을 보니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의 슬픔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희생자 넋을 기리기 위해 각계각층의 발길도 이어졌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고기동 행정안전부 장관 직무대행 등과 함께 이곳을 찾아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었다. 우원식 국회의장 역시 이곳을 찾아 “희생자 여러분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 여러분께 국회와 국가를 대표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위로를 전했다. 권 원내대표와 이 대표 등 여야 국회의원들 역시 이곳을 찾아 위패 앞에 고개를 숙였다.

종교계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인 진우 스님은 수십명의 스님들과 함꼐 이곳을 찾아 영가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며 반야심경을 읊었다. 진우 스님은 조문을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종교계와 불교계, 우리 조계종단은 이 고통으로 인해 아픔을 가진 모든 분을 위해 모든 방법을 강구해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합동분향소에는 시민단체, 기업 등 다양한 곳에서 봉사와 후원 물품이 배송됐다. 한국전력공사 사회봉사단은 이곳에서 커피와 간식거리를, 전남도 봉사단에서는 따뜻한 식사가 제공됐다. 전국 각지에서 배송된 컵라면, 간식, 물티슈 등 배송도 계속해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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