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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임시 대의원대회에서의 노사정 합의안 부결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과 함께 김경자 수석부위원장, 백석근 사무총장도 함께 물러난다.
김 위원장은 “임시대의원대회 투표를 통해 확인된 대의원 여러분의 뜻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겸허한 마음으로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노총 지도부로서 조합원, 각급 대표자 동지들에게 제안드린 것은 최종안 승인만은 아니었다”며 “이것을 디딤돌로 높아진 민주노총의 사회적 위상과 발언의 힘으로 취약계층, 사각지대의 노동자, 국민들과 함께 위기를 극복하고, 국가, 자본, 노동의 책임을 다하는 실천으로 코로나19 재난이후의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고자 함이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모든 노동자의 민주노총을 실현하기 위해 노동운동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 교섭과 투쟁의 역할, 사회적 대화와 노정교섭 초기업교섭 추진 등 노동운동의 숙원 과제를 제대로 실현하는 시발점으로 삼고자 했다”며 “대한민국 최대의 공적 조직인 민주노총 혁신도 함께 제기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시대 민주노총 사회적 역할 원했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오로지 저희들의 부족함으로 그런 호소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최종안 부결 결과를 바탕으로 보다 분명한 민주노총의 갈 길을 만들어 가리라 기대한다. 새로운 집행체계를 중심으로 더 강고한 단결된 투쟁으로 노동자의 생존과 시대적 요구를 쟁취해 나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경자 수석부위원장은 “민주노총이 코로나19 위기 시대에 취약계층과 사각지대를 위해 무엇인가 역할을 해야 한다”며 “이스트항공이나 코로나19로 고통받는 기업, 거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고통이 지속되지 않도록 방법도 찾고 대안도 찾길 바란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들은 지도부와 조합원 간의 사회적 합의안을 바라보는 시각차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사회적 대화는 민주노총이 20년 넘게 가보지 않은 길이었다”며 “단계 하나하나마다 철두철미하게 소통했어야 하는데 일정한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합의문 속 ‘노력한다’ 문구 두고 내부서 구체화 요구”
김 부위원장도 “사회적 대화 합의안에서 ‘노력한다’는 의미가 향후 구체화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장에선 구체적 합의가 안 되면 의미가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며 “사회적 대화를 지속적으로 하면 이 담론이 어떻게 구체화되는지 설명됐을 것이다. 충분히 소통이 안 된 지점이 아쉽다”고 토로했다.
김 위원장은 반대 측이 ‘해고 금지’가 합의안에 포함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은 부분에 대해선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해고 금지나 총고용보장이라는 추상적이거나 과거 레토릭이 아니라 지금 시대에 필요한 구체적 대안인 고용유지를 확보하는 내용이 필요했다”며 “합의안에는 정부가 고용유지 의지를 보이기 위해 예산과 정책 집행과정에서 구체화해야 한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대중에서 멀어지고 노정관계에서 배제될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선 “한국 사회에서 민주노총이 통증을 앓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며 “민주노총의 성장을 위한 성장통이 되리라 본다”고 에둘러 답했다.
김명환 지도부 사퇴로 민주노총은 이르면 27일 긴급중앙집행위원회를 소집해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논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앞서 민주노총은 23일 온라인으로 개최한 71차 임시 대의원대회에서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안을 표결했으나 부결됐다. 재적 대의원 1479명 중 1311명이 투표해 과반인 805명이 반대표를 던졌고, 찬성표는 499표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