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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확인된 국내 피해자만 23명에 이르며, 피해액은 14억 원 정도다. 경찰은 범행기간과 치밀한 수법 등을 감안할 때 숨겨진 피해자가 더 많아 피해액은 최대 1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7일 방송된 MBC ‘실화탐사대’에서는 피해자들을 만나 ‘로맨스 스캠’의 실체를 파헤쳤다.
홀로 아이 둘을 키우는 제보자 A씨는 SNS를 통해 미군 ‘윌슨 도널드’가 말을 걸어왔다고 했다. 다정하게 안부를 묻고 위로도 건네는 도널드와 A씨는 얼마 지나지 않아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
미군과 사랑에 빠진 건 그녀뿐이 아니었다. 또 다른 제보자 B씨는 이라크에서 군을 통솔하고 있다는 미군장교 ‘데이비드’와 사랑에 빠졌다.
두 사람이 만난 미군의 공통점은 군에서 받은 포상금이 담긴 돈 상자를 보관해달라는 것. 상대 남성들은 “해외 생활을 청산하고 한국으로 오겠다”면서 “돈 상자를 먼저 보낼 테니 보관하고 있어라”라고 부탁했다.
돈 상자를 받기 위해서는 운송료와 통관비가 필요하다는 남성들의 말에 A씨는 800만 원, B씨는 4억5000만 원을 입금했다. 입금이 확인되자 남성들은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이런 수법에 당한 한국인 피해자 대부분은 중·장년층 남녀들로, 이혼했거나 미혼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SNS로 만난 미군의 정체는 이태원에 거주 중인 서아프리카 사람들로, 국제사기조직 ‘스캠네트워크’에 소속돼 있었다. 이들 단체는 한국 지부장과 중간책, 통장모집책 등 역할을 나눠 조직을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스캠네트워크’는 범죄 수익을 가나나 나이지리아로 송금하거나 대포통장을 통해 국내에서 인출했다. 송금액 중 일부는 다시 국내로 보내게 해 돈세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스캠 네트워크’ 본부 총책 등을 붙잡기 위해 인터폴에 공조 요청을 검토하는 한편, 한국 지부의 통장모집책 등을 추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