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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노조 진압을 총지휘한 조현오(63) 당시 경기지방경찰청장은 상급자인 강희락 경찰청장의 반대에도 청와대와 접촉해 작전을 승인받았다. 조 전 청장은 또 쌍용차 노조에 대한 비판여론 조성을 위한 댓글 공작까지 지시한 사실도 드러났다.
경찰청 인권침해 진상조사위원회(진상조사위)는 28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쌍용자동차 사건’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경찰 사과와 손배소 취하, 노동쟁의 개입 지침 마련 등을 권고했다.
진상조사위는 올해 2월 1일부터 6개월간 이뤄진 조사에서 △경찰력 쌍용차 투입배경과 진압작전 최종 승인 과정 △공장 내 차단 조치 △사측 경비용역·구사대 폭력 행위 △대테러 장비인 테이저건·유독성 최루액·헬기 이용 정황 △강제진압 작전 당시 경찰력 행사 여부 △경찰의 인터넷 대응팀 운영과 홍보활동 △경찰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대한문 분향소의 설치 및 강제철거 상황 과정에서 경찰력 행사의 적절성 등을 검토했다.
유남영 진상조사위원장은 “2009년 8월 4~5일 경찰이 쌍용차 파업을 강제로 해산하는 과정에서 실행한 진압작전 당시 상황을 파악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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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조사위는 경찰이 2009년 8월 4~5일 벌인 강제진압 과정에 청와대의 승인이 있었다는 사실을 포착했다.
유남영 위원장은 “당시 강희락 경찰청장은 경찰 투입을 반대한 반면 조현오 경기지방경찰청장은 경찰을 투입해야 한다며 의견 불일치를 보였다”며 “당시 청와대가 경찰 투입 여부를 직접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지시를 받은 경찰은 공장 봉쇄와 단수, 가스·소화전 차단, 전기차단 조치를 단계적으로 실행하는 한편 음식물이나 의약품, 의료진 출입도 통제했다. 경찰은 또 사측 경비용역과 구사대의 폭력을 방관하고 이들과 함께 노조원을 폭행하기도 했다.
대테러 장비인 테이저건과 유독성 최루액을 이용한 시위진압 정황 사실도 드러났다.
진상조사위는 경찰이 진압 당시 대테러 장비로 분류하던 테이저건을 쌍용차 노조원에게 총 4회 발사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러한 행위는 경찰 장비의 사용에 규정하고 있는 위해성 ‘경찰 장비의 사용기준 등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에 위배된다는 게 진상조사위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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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진압 당시 경찰특공대는 옥상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조 전 청장의 지시로 스펀지탄 35발을 발사하고 동료의 피해에 대한 보복차원에서 노조원을 향해 과도한 폭력행위를 저지른 사실도 드러났다.
최근 화두로 떠오른 ‘댓글 공작’도 쌍용차 사건에서 시작했다는 정황도 나왔다.
경찰은 쌍용차 사건 이후 경찰 내 홍보 인력을 가동해 전국 26개 장소에서 ‘쌍용차 노조 불법 폭력 시민 전시회’를 열면서 노조의 폭력성과 불법행위를 부각했다.
특히 경기지방경찰청은 조 전 청장 지시로 2009년 7월 2일 경찰관 약 50명으로 이뤄진 ‘쌍용차 인터넷 대응팀’을 구성하고 인터넷 기사·동영상 등에 댓글을 달고 게시물을 올리는 등 쌍용차 파업 관련 여론을 조성하기도 했다. 조 전 청장은 이러한 댓글공작을 서울지방청장과 경찰청장 임기 중에도 계속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밖에 대한문에 차려진 분향소에서 추모·종교행사나 집회·시위, 기자회견 등을 진행하던 쌍용차 노조원들을 지속적으로 방해한 정황도 드러났다.
진상조사위는 경찰에 쌍용차 파업 및 대한문 집회 사건 심사결과에 대한 의견 발표와 사건에 대한 책임소재가 분명해지도록 관련 지침 및 절차적 방안 개선을 권고했다.
진상조사위는 또 경찰력 행사로 노조원들이 입은 피해 회복이 이뤄지지 않은 채 소멸시효가 완성된 것과 관련해 국가가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과 관련 가압류 사건 취하도 권고했다.
유 위원장은 “쌍용차 사건은 노사 자율로 해결할 노동쟁의 사안을 경찰의 물리력을 통하여 해결하려고 한 사건”이라며 “정부가 쌍용차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이 당한 피해에 대해 사과하고 명예회복과 치유를 위한 구체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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