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70·더불어민주당 의원)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이 20일 SBS 라디오에 출연해 이같이 말했다. 당장 기사 댓글에는 악플이 쏟아졌다. 김 위원장의 발언에 동의할 수 없다는 반응이 많았다. 그렇다면 국내 경유 가격이 해외보다 싼 게 사실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건 사실(팩트)이다. 이동규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조세지출성과관리센터장이 지난 4일 공청회에서 발표한 ‘수송용 에너지 상대가격 합리적 조정방안 검토’ 연구용역에 따르면 그렇다. 우리나라 경유 가격은 리터당 1.061 달러(작년 4/4분기 기준)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가운데 아홉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OECD 평균 가격(리터당 1.184달러)보다 리터당 0.123 달러가 저렴하다.
◇가격, OECD 9위로 저렴..세율, OECD 평균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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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국가별 국내총생산(GDP) 격차를 논외로 하더라도 경유 가격 통계가 소비자가 체감하는 경유세 부담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다. 실제로 우리나라 경유에 붙는 세금 부담률은 OECD 평균치를 넘어섰다. 이 센터장에 따르면, 경유 가격에서 세율이 차지하는 비율은 우리나라가 52.1%(작년 4/4분기 기준)다. 이는 OECD 평균(50.7%)보다 높은 수준이다. 미국, 일본은 경유에 붙는 세금 부담률이 40%도 채 안 된다.
우리나라의 경유세 부담률이 높은 건 각종 세금이 붙기 때문이다. 경유에는 교통세, 주행세, 교육세, 부가가치세가 붙는다. 정부가 분류한 세목에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이를 유류세로 통칭해 부른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경유 소비자 가격(7월 2주차 기준)은 1229.2원이다. 이 중 641원(52%)이 세금이다. 게다가 리터당 경유 소비자 가격은 2015년 1164.5원, 2016년 1182.5원으로 매년 오름세다.
이 같은 경유세를 놓고 형평성 논란도 제기된다. 다른 조세와 비교해도 경유세가 과도하다는 이유에서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가 지난 2월 국회 토론회(조경태 국회 기획재정위원장 주최)에서 발표한 연구 자료에 따르면 휘발유·경유 등 수송용 연료가 전체 에너지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 미만이었다. 하지만 붙는 세금은 올해 에너지 관련 조세 수입(올해 정부예산 기준) 중 88%에 달했다. 이는 OECD 국가들의 수송용 연료에 붙는 세금 비중(70% 미만)보다 높은 수준이다.
유 교수는 “우리나라 휘발유·경유에는 전력·석탄·가스 등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징벌적 수준의 높은 세율이 적용되고 있다”며 “수송용 에너지에 세금이 지나치게 편중돼 있고 에너지원 간 과세 형평성을 심각하게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유 교수는 “경유세를 올리면 국민 부담만 늘어나고 미세먼지 감축도 못해 제2 담뱃세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며 석탄·원자력 등 발전용 연료에 붙는 세율을 올리는 게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김진표 “하반기 특위서 경유세 종합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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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표 위원장은 경유세 논의와 관련해 “온실가스 등 다른 환경 문제, 국민 부담, 국제적인 동향, 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전문가와 각계 대표들이 조세재정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할 생각”이라며 “내년에는 제대로 된 조세 개혁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내년 6·13 지방선거 이후 이르면 내년 7월께 세법개정안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