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최근 원화환율 급등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금융불안 우려보다는 오히려 수출개선 효과가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양호한 외환건전성으로 외국인 자금이 급격하게 빠져나갈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다만 중국경제의 향방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중국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될 경우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美금리인상 가시화·中증시불안..원화가치↓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3일 “외국인 투자자금이 이탈하고 원화환율이 급등하고 있으나 국내금융시장의 불안감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우리나라는 7월말 달러당 1170원까지 상승하며 한달새 원·달러 환율이 4.6% 상승했다. 지난해말 대비로는 6.7% 올랐다. 이는 주요 통화 중에서도 가장 큰 편에 속한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원화가치가 급락한 가장 큰 이유로 외국인투자자들의 이탈을 꼽았다. 그리스 사태와 미국 금리인상 가시화, 중국 증시불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원화절하 기대심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난 2~5월 중 국내 주식을 9조 6000억원 순매수했던 외국인 투자자들은 6월 중 3890억원 가량을 순매도한데 이어 7월에는 2조원 이상을 팔아치웠다. 채권시장에서도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1~5월 중 외국인들의 국내채권 순투자 규모는 5조 4000억원에 달했으나 6월중에는 5610억원 순유출을 기록했다.
◇韓 수출여건 개선 효과..中경제 ‘변수’
하지만 경상수지 흑자 등 양호한 외환건전성으로 국내시장에서 외국투자자들이 대거 이탈할 가능성은 낮다.
실제로 5년물 국채에 대한 신용부도스와프(CDS)프리미엄의 경우 7월 들어 0.50~0.60%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 여전히 연초보다 낮은 수준이며, 외국환평형기금채권 가산금리 역시 상승폭이 미미하다.
CDS는 채권을 발행한 국가나 기업이 부도났을 때 손실을 보상하는 일종의 보험성 파생상품으로, 부도 위험도에 비례해 가산금리가 붙는다.
오히려 그는 수출기업의 수익성 및 수출여건이 다소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급속한 엔저와 유로화 및 신흥국 통화의 약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출기업에게 최근 원화환율 급등은 수익성 개선과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국경제가 주요 변수다. 그는 “중국경제가 부진할 경우 중국 경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 대한 외국인 자금 이탈 가능성이 커진다”면서 “상대적으로 원화약세가 두드러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그는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GDP 대비 7%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제통화기금(IMF)나 미국이 우리나라를 주시하고 있다”면서 “원화 환율 수준을 높이기 위해 정책당국이 취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은 제한되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