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운용 규모 1710억달러(약 180조원)를 자랑하는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이 아프리카, 동남아 등으로 투자를 늘린다.
테마섹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시장 공략을 위해 아프리카 석유회사 지분 인수에 나서는 한편 동남아 시장 중산층 성장에 주목해 소비재 기업 등으로 투자를 다변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 테마섹은 나이지리아 석유 천연가스 회사 ‘세븐에너지’ 지분 1억5000만달러어치를 매입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테마섹은 “아프리카 등 새로운 시장 개척에 관심이 많다”며 “투자 기회가 닿는 한 투자처를 늘려갈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테마섹은 2011년 이후 아프리카 투자를 늘리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탄자니아 천연가스전 지분 20%를 13억달러에 사들이기도 했다. 지난 2011년에는 채굴업체 오펜하이머와 함께 3억달러 규모의 합작회사를 설립했다.
테마섹은 올해 들어 동남아시아내 소비재 기업으로 투자 대상을 늘렸다. FT는 테마섹이 신흥국 중산층 성장에 주목했다고 풀이했다.기
지금까지 테마섹은 금융분야, 통신·미디어·기술(TMT) 분야에서 규모가 큰 기업 위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꾸려왔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매입한 기업들의 지분도 통신·기술(총 액수중 32.3%), 석유·가스(19.8%), 금융(17.3%)에 편중돼 있었다. 식음료 분야는 2%에 지나지 않았다.
이같은 투자 경향은 올들어 바뀌었다. 올 1월부터 3월까지 테마섹이 투자한 분야는 소매 업종으로 비중이 67%였다. 식음료 기업에 대한 투자도 29.8%에 달했다.
최근 투자로는 테마섹이 홍콩 갑부 리카싱(李嘉誠) 청쿵(長江)실업 회장이 보유한 드럭스토어(의약·미용용품 유통매장) 왓슨의 지분 매입을 들 수 있다. 테마섹은 지난달 왓슨 지분 25%를 57억달러에 사들였다. 같은 달에는 농산물 업체 올람에 42억달러 인수 제안을 했다.
치아송휘 테마섹 투자그룹 대표는 “중산층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신흥국에서 소비재 부문은 좋은 투자처”라며 “(소비재 기업 투자는) 장기 투자전략의 하나”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