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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모리 CEO는 기존 기술을 이용한 사업다각화와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2000년 1조4403억엔에 머물렀던 매출을 2007년 2조8468억엔까지 끌어올렸다. 이후 리먼브러더스 사태와 엔고(高) 장기화로 매출 규모가 다소 주춤했지만 지난 2011년 2조2500억엔(약25조6875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
◇“본업과 무관한 분야는 NO”
고모리는 사업다각화 대상을 선정할 때 “본업과 무관한 분야는 절대 진출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철저히 지켰다. 그는 후지필름이 설립된 이후 80년 가까이 필름을 제작하며 쌓아온 노하우(know-how)를 사업다각화에 적용했다.
그 결과 후지필름은 의료기기와 의약품, 화장품부터 광학렌즈와 액정패널(LCD)용 필름까지 다양한 사업을 섭렵했다. 얼핏 보면 기존 사업인 카메라와 무관한 분야가 일부 포함된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그동안 필름을 연구하며 터득한 약 20만개의 화학물질 데이터와 기술이 모두 적용되는 분야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 2007년 필름의 주요 재료인 ‘콜라겐’을 화장품에 적용시키는데 성공해 매출 최고 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고모리 CEO는 “단순히 디지털카메라 시장에 진출하는 방법만 찾았다면 후지필름이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각화 후엔 공격적 M&A로 덩치 키워
고모리의 사업다각화도 공격적인 M&A의 뒷받침 속에 힘을 발휘했다. 고모리는 CEO로 취임한 이후 10여년간 약 7000억엔을 투자해 40여개 회사를 사들였다. 이는 후지필름이 가지고 있는 기존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는 밑거름이 됐다.
2008년 일본 유명 제약사 도야마화학과 세계 2위 제약사 독일 머크의 바이오제약 사업부문을 인수하며 의약품 사업의 덩치를 키운 후지필름은 최근 분식회계로 허덕이고 있는 올림푸스에 손을 내밀며 의료기기 사업 확대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후지필름은 올림푸스 지분 인수를 통해 현재 10%에 머물고 있는 내시경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올림푸스는 전 세계 내시경시장에서 70%에 달하는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험난한 개혁파도 넘어선 고모리의 리더십
후지필름이 단행한 경영개혁의 결과는 훌륭했지만 과정은 험난했다. 후지필름은 지난 2005~2006년 필름사업에서 철수하면서 동고동락하던 직원 5000여명을 떠나 보냈고 2009~2010년에는 1750억엔 규모의 추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런 강도높은 경영개혁 과정을 큰 탈 없이 거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고모리 CEO의 리더십이 있었다. 리더는 ‘지성·용기·체력·설득력’의 덕목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는 것이 그의 경영철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