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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도 같은 날 기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측의 (평화) 제안을 받기 위한 명확한 기한을 정해두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타임라인을 결정할 것”이라며 “일부 익명 취재원을 인용한 ‘3~5일 기한’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앞서 JD 밴스 부통령은 이번 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를 방문해 이란과 2차 협상을 재개할 예정이었으나, 이란 측이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면서 방문을 전격 취소했다. 파키스탄은 평화협상 개최를 기대하며 수도 이슬라마바드의 경비를 강화하고 협상 장소로 세레나 호텔까지 예약했지만 허탕을 쳤다. 관계자에 따르면 중재국들이 이르면 24일 금요일을 목표로 미국과 이란의 협상 재개를 추진 중이다.
이란 혁명수비대, 선박 2척 나포…레빗 “휴전 위반 아냐”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22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컨테이너선 2척을 나포해 이란 해역으로 끌고 갔다. 나포된 선박은 세계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스위스계 MSC의 ‘MSC 프란체스카’와 그리스 선사 소유의 ‘에파미논다스’다. 이란 측은 두 선박이 자국이 새로 도입한 해협 통행 규칙(사전 허가 및 지정 항로 준수)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를 댔다. 그리스 외무부는 “에파미논다스 호가 극심한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선박 ‘유포리아’도 피격 보고가 나왔다.
레빗 대변인은 이란의 공격이 휴전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미국 선박도 아니고 이스라엘 선박도 아니었다”며 “이란은 중동에서 가장 강력한 해군력을 보유했던 나라에서 이제 해적처럼 행동하는 나라로 전락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레빗 대변인은 이란이 협상에서 반드시 받아들여야 할 두 가지 핵심 조건으로 ‘핵무기 보유 금지’와 ‘농축 우라늄 포기’를 제시했다. 이란의 한 고위 외교 자문은 미국의 해상 봉쇄가 “폭격과 다름없다”며 “군사적 대응”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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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 봉쇄를 둘러싼 공방도 치열하다. 미국 중부사령부(CENTCOM)는 이란 항구 출입 선박을 차단하는 봉쇄 개시 이후 총 29척에 회항 또는 귀항을 명령했다고 밝혔다. 이를 거부한 선박은 컨테이너선 투스카 1척뿐이며, 봉쇄선을 돌파한 이란 선박은 없다는 것이 CENTCOM의 공식 입장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은 인도·말레이시아·스리랑카 인근 아시아 해역에서 이란 국적 유조선 최소 3척을 차단했다. 대형 원유 수송선 ‘딥 씨’와 ‘도레나’(200만 배럴 만재), 소형 유조선 ‘세빈’(최대 100만 배럴·65% 적재)이 각각 봉쇄됐다. CENTCOM은 도레나호가 인도양에서 미 해군 구축함의 호위 아래 있다고 공식 확인했다. 로이터는 미군이 지뢰 위험을 피하기 위해 호르무즈 해협 밖 공해상에서 이란 선박을 차단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고 보도했다.
반면 데이터 분석업체 로이드 리스트 인텔리전스는 지난 13일 봉쇄 개시 이후 이란 연계 선박 7척이 봉쇄선을 통과했다고 주장해 CENTCOM의 공식 발표와 엇갈렸다. CENTCOM은 이 분석 결과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실제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량은 거의 멈춘 상태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22일 기준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단 1척에 불과하다. 전쟁 전 하루 130척에 달했던 통항량이 8척 수준으로 줄었다가, 이날 이란의 공격으로 사실상 0에 가까운 수준까지 떨어진 것이다.
국제유가 사흘째 상승…브렌트유 배럴당 101달러 돌파
에너지 시장 타격도 계속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브렌트유는 사흘 연속 상승해 배럴당 101달러를 넘어섰으며, 현물 기준인 ‘데이티드 브렌트’는 107달러를 웃돌았다. 미국 휘발유 가격은 4년여만에 최고 수준으로 오르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데이터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세계 석유 공급이 약 10% 감소했다. 전쟁 전 세계 석유·액화천연가스(LNG)의 약 20%가 이 해협을 통과했다. 비축분을 활용하는 육상 파이프라인이 일부 대체 역할을 하고 있지만, 물량 차이를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라고 IEA는 전했다.
미국 증시는 혼조세 속에서도 S&P500 지수가 22일 소폭 신고가를 기록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이 미국 기업들의 견고한 실적에 집중하며 현재의 불확실성을 일시적 변수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영·불, 30개국과 호르무즈 사후 안전 논의
외교 무대에서는 영국과 프랑스가 주도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영국과 프랑스는 22일부터 30개국 이상이 참여하는 군사 전문가 회의를 열고, 미-이란 전쟁 종전 이후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요청한 ‘동맹국의 무력을 통한 해협 재개통’에는 응하지 않고 있다.
한편 유엔(UN) 주재 이란 대사 아미르 사에이드 이라바니는 22일 미국이 봉쇄를 해제할 준비가 됐다는 “일부 신호”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라바니 대사는 이란 반관영 매체 타스님 통신을 통해 “봉쇄가 풀리는 즉시 이슬라마바드에서 다음 협상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선 협상 후 봉쇄 완화’, 이란은 ‘선 봉쇄 해제 후 협상’이라는 상반된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당장의 타결 전망은 불투명하다. 전쟁 개시 이후 60일에 해당하는 5월 1일이 다가오면서 미국 의회의 전쟁 권한 결의안 처리 여부도 또 다른 변수로 꼽힌다. 협상 재개의 열쇠는 결국 미국이 해상 봉쇄 완화 카드를 언제, 어떤 조건으로 꺼내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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