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에서 30일 영업 준비를 하던 최모(48)씨는 전기요금이 인상될 수 있다는 말에 화들짝 놀랐다. 30평 남짓의 편의점을 2년째 관리하고 있는 그는 전기요금 걱정에 한숨부터 쉬었다. 최씨는 “편의점은 음식이 상하면 안 되기 때문에 에어컨 적정온도를 유지해야 한다”며 “전기요금만 100만원 넘게 나온 달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대료도 비싼데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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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마포구에서 만난 고모(25)씨는 최씨처럼 전기요금에 대해 우려 섞인 목소리를 냈다. 2년 넘게 가족이 운영하는 24시간 카페에서 일을 돕고 있는 고씨는 선선한 가을바람이 그리 반갑지만은 않다고 했다. 고씨가 일하는 카페는 오전 10시임에도 전구가 모두 켜져 있었고, 실내 에어컨은 22도로 작동됐다. 고씨는 “9월이지만 어제도 손님들이 덥다고 해서 에어컨을 껐다가 다시 켰다”며 “날씨가 추워지면 온풍기를 틀어야 해서 전기료 부담은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직원 4명을 줄이고 내가 더 일하는데 요금이 오르면 개인사업장은 방도가 없을 것 같다”고 했다.
한전은 지난 23일 산업통상자원부의 승인을 받아 4분기에 적용할 연료비조정단가를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과 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 연료비조정요금으로 구분된다. 연료비조정요금은 최근 3개월의 단기 에너지 가격 흐름을 적기에 반영하기 위한 것으로 매 분기에 미리 결정된다. 정부는 나머지 요금도 인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지난 8월 기자간담회에서 “최대한 시점을 조정해서 웬만큼 (전기요금이) 정상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해 연내 인상 여지를 남겼다. 한전은 2021∼2023년에 원가보다 저렴하게 전기를 공급해 43조원대의 누적 적자를 가지고 있다.
이를 두고 관악구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고장수 전국카페사장연합회장은 “전에는 아무리 전기요금이 많이 나와도 100만원 안팎이었는데 지금은 매달 180~190만씩 나온다”며 “자영업자 중 전기료 때문에 고민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이 한전에서 받은 ‘월별 일반용 전기료 체납건수 및 금액’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자영업자에게 주로 적용하는 일반용(상업용) 전기요금 체납액은 784억 9000만 원으로 지난해(569억 7000만 원)보다 37.8% 급증했다. 올해 체납 건수는 9만 3300건으로 지난해(7만 5200건)보다 19.4% 늘었다.
이 같은 재정 부담은 한계에 놓인 자영업자들을 위기로 더 내몰 것으로 보인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중앙회가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공개한 ‘노란우산 폐업 공제금 지급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5월 폐업 공제금 지급건수는 4만 8486건으로 1년 전(3만 2052건) 같은 기간보다 51.3% 늘었다. 지급액도 5549억원으로 40% 증가했다. 노란우산공제는 영세한 소기업·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이들이 폐업, 사망, 노령 등으로 생계위협에 처할 경우 가입기간과 연령에 관계없이 공제금을 즉시 지급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이다.
전문가들은 한전의 적자가 상당한 만큼 전기료를 현실화하되 취약 계층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에 안 올리던 요금을 이번 정부에서 인상하면서 비용이 갑자기 오른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사실 한전의 적자를 해소할 수준은 아니다”며 “에너지 원가와 전기요금의 격차를 세금으로 메우는 구조가 얼마나 지속되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요금을 올리되 인상분을 취약계층의 에너지 지원에 활용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안영환 숙명여대 기후환경에너지학과 교수는 “사용량에 따른 요금 차등 적용은 에너지 절약을 이끌기 어려울 수 있다”며 “에너지 원가를 전기가격에 반영하면서 취약계층만큼 전기 소비가 많은 취약 업종에도 일정 금액을 보조금 형식으로 지원하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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