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사정 악화로 파산한 美 기업 30% 증가

이소현 기자I 2023.10.27 15:58:25

올해 9월 기준 美 기업 파산 1만7051건
''10억달러 이상'' 대기업 파산 45% 급증
파산→실직→소비 위축…경제 충격파 우려
"금융위기처럼 美 경기침체 진행 신호 의미"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미국 기업 파산 건수가 최근 12개월 동안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6일(현지시간) 미국 법원행정처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미국 내 기업 파산은 올해 9월 기준 한 해 동안 총 1만7051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가량 급증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지속한 낮은 금리 때 대출을 많이 받은 기업들이 경제가 둔화하고,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정부의 금융 지원이 줄어들면서 넉넉했던 자금 상황이 취약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파산하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은 장기간 쉽게 자금 조달이 가능했던 시기가 끝났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 미국 기업 구조조정 비영리 단체인 턴어라운드 매니지먼트협회는 기업들은 신용 조건이 어려워지는 것 외에도 기후변화와 노사간 분쟁, 자동화 및 인공지능(AI)과 관련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자산이 10억달러 이상인 대기업들은 더 빠른 속도로 파산을 신청하고 있다. 미국 컨설팅회사 코너스톤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대기업 파산보호 신청건수는 16건으로 조사됐다.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대기업들의 상반기 기준 평균 파산보호 신청 건수는 11건이었는데 재무사정 악화로 법원을 찾는 기업들이 예년보다 45%가량 늘어난 것이다.

실제 올해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를 시작으로 베드배스앤비욘드(BBBY), 옐로우 등 미국 대기업들이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고금리 장기화 기조에 따라 연말까지 더 많은 파산 기업들이 나올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매트 오스본 코너스톤 리서치 분석가는 “이미 작년에 비해 대기업 파산 건수가 2배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특히 소매업과 서비스업, 제조업에 속한 기업들이 이러한 증가세를 주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기업들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으로 인한 운영 비용 증가, 기존 부채에 대한 이자율 상승, 소비자 수요 감소, 장기적인 공급망 중단 등 복합적인 이유로 파산신청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기업 파산이 시장에 미치는 충격파는 크다. 수만 명의 실직을 가져오는 것은 물론, 소비를 위축시키고 금융과 부동산 시장도 경색시켜 미국 경제의 경착륙을 불러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스티븐 브라운 북미 담당 부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파산한 기업은 비용을 절감해야 하고 이는 근로자를 해고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대기업들의 파산은 2008년 리먼 브라더스 파산 후 발생한 금융위기처럼 미국에서 강력한 경기 침체가 진행 중이라는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개인 및 기업 신청을 포함한 총 신규 파산 건수는 43만3658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사법부는 이를 “10년 이상 급감한 이후 완만한 반등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전체 파산 신청 건수는 2010년 9월 말 160만건으로 정점을 찍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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