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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경찰이 울산에서 피의사실공표죄 문제를 두고 벌어진 검·경 갈등에 대해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자며 검찰에 공문을 보냈다. 울산지검이 지역 경찰을 피의사실공표죄로 수사하겠다고 밝히면서 이와 관련한 갈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은 지난 13일 대검찰청에 피의사실공표 허용 기준을 논의하기 위한 수사협의회를 열자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보냈다. 경찰은 이 공문을 통해 그동안 경찰청 공보규칙과 판례 등 기준에 따라 기소하기 전에라도 국민의 알권리나 유사 범죄 예방 등을 위해 수사종결 단계에서 이와 관련된 정보를 언론 등에 알려왔다고 설명하며 운을 뗐다. 이와 함께 검찰 역시 유사한 이유로 피의사실공표를 해왔고 최근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에서 이에 대한 지적을 받은 적이 있다는 사실도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경찰은 “공표 허용기준에 대한 일선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어 검·경 양 기관에서 수사공보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기 전에라도 상호 협력해 공보 규칙의 기준을 통일·재정비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가이드라인 정립을 제안했다.
다만 경찰은 아직 검찰 답변은 받지 못한 상태다. 경찰청 관계자는 “피의사실공표와 관련해 논의를 해보자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것이 맞지만, 아직 검찰의 답변은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형법에는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기소하기 전에 피의사실을 알리면 처벌을 받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하지만 이 내용은 사실상 ‘죽은 법’으로 검찰이 피의사실공표를 수사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울산지검이 울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장 등 경찰에게 해당 죄를 물어 수사하겠다고 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울산청은 최근 약사면허증 위조 혐의로 구속한 A씨 사건을 검찰로 송치하면서 수사 결과를 보도자료를 통해 알렸는데, 이 사안이 피의사실공표죄 위반이라는 것이다.
경찰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통상적인 언론 보도이고 피의자에 대한 정보도 모두 익명으로 처리하는 등 그동안 판례 등에 어긋나는 내용이 없었는데 느닷없이 검찰이 이를 범죄라며 수사하겠다는 것이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해당 보도자료는 유사 범죄를 막기 위한 의도로 경찰이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며 “검찰 역시 수사과정에서 피의사실을 알리는 경우가 많은데 굳이 이 사건을 두고 수사를 하겠다는 것은 다른 의도가 있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이번 검찰 수사가 ‘고래고기 환부사건’을 두고 벌어진 울산 검·경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번 검찰의 출석 통보를 받은 광역수사대는 이 사건을 수사한 부서기도 하다.
지난 2017년 해양동물보호단체의 고발로 시작된 고래고기 환부사건은 불법 포획의 증거물로 경찰이 압수한 고래고기 27t중 21t을 검찰이 유통업자에게 돌려준 사건이다. 검찰 출신 변호사가 유통업자들의 변호를 맡으면서 전관예우 논란까지 이어졌다. 이는 울산 검·경 갈등이 시발점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