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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금융시장이 주목했던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창립 기념사 메시지는 ‘추후 기준금리 방향은 인상이되, 당장은 아니다’로 요약된다.
이로 인해 시장 일각에서 나왔던 ‘7월 인상론’은 사그라들 것으로 보인다. 10월 이후에야 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받을 가능성도 커졌다.
◇7월 ‘조기 인상론’ 사그라들듯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2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부영태평빌딩에서 열린 창립 68주년 기념식에서 “국내 경제가 견실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지만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 상승 압력이 아직 크지 않다”며 “올해 하반기에도 통화정책의 완화 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의 이번 언급은 금융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북·미 정상회담 △미국·유럽 통화정책회의 △국내 지방선거 등 ‘빅 이벤트’를 목전에 둔 상황이어서 명확한 통화정책 메시지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긴 했지만, 그럼에도 1년 전 이맘때 기억이 시장에 강하게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지난해 기념사를 통해 통화정책의 큰 방향을 전환할 것임을 예고했다.
당초 예상대로 올해 기념사에서 뚜렷한 신호는 없었다. 그럼에도 이 총재는 몇 가지 시사점은 넌지시 내놓았다.
주목되는 건 ‘완화 기조의 유지’ 입장을 재확인했다는 점이다. 이는 급격한, 또는 당장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의중으로 해석된다. 한두달 앞으로 다가온 7월과 8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부터 정책 방향이 바뀔 여지는 크지 않아 보인다.
물가 둔화에 대한 고민이 그 기저에 있다. 실제 수요 측면의 물가 압력을 나타내는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 제외지수) 증가율(전년 동월 대비)은 지난달 1.4%에 그쳤다. 통화정책 목표치(2.0%)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올해 내내 월 1.2~1.4% 수준에 머물고 있다. 또다른 근원물가인 농산물·석유류 제외 물가 증가율 역시 올해 1.1~1.3% 수준에 그치고 있다.
물가 상승세가 저조한 와중에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면 수요가 더 둔화할 수 있다는 부담이 있다.
◇‘금리 인상’ 방향 메시지 시사
다만 추후 기준금리 변동 방향은 ‘인상’이라는 두 번째 포인트도 관심을 끌 만하다. 이 총재는 “이 과정(완화적인 통화정책)에서 금융 불균형이 커질 수 있는 점과 보다 긴 안목에서 경기 변동에 대응하기 위한 통화정책 운용 여력을 늘려나갈 필요가 있는 점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성장과 물가의 흐름, 그리고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와 그에 따른 금융안정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완화 정도의 추가 조정 여부를 신중히 판단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미국의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 속도 △1500조원에 가까운 가계부채 급증세 △경기 둔화에 대비한 기준금리 카드 확보 등 인상을 검토할 만한 요인도 적지 않다는 의미다. 특히 미국과 금리 차는 갈수록 고민거리가 될 수 있다. 올해 10월 이후에는 인상에 나서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시장 일각에서는 올해 기준금리를 올리기 쉽지 않다는 의견도 나오지만, 한은 안팎의 기류는 한 차례 인상 가능성에 더 무게가 쏠려 있다.
채권시장은 이 총재의 언급에 강세(채권금리 하락)로 반응하고 있다. 완화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기조에 채권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현재 서울채권시장에서 3년 국채선물(KTBF)은 전거래일과 비교해 6틱 오른 107.96에 거래되고 있다. 10년 국채선물(LKTBF)은 전거래일과 비교해 27틱 상승한 120.03에 거래 중이다.
틱은 선물계약의 매입과 매도 주문시 내는 호가단위를 뜻한다. 틱이 상승하는 건 선물가격이 강세라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