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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는 이날 “삼성전자는 사상 최대 실적과 이에 따른 사상 최고 주가 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면서 “새로운 대표(new boss)를 찾는 일”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 신종균 삼성전자 IT·모바일(IM) 부문 사장,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 사장, 진교영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메모리사업부장(부사장), 전동수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 사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등 6명을 후보자로 선정했다.
권 부회장은 지난 13일 삼성전자 대표이사(부회장)와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부회장)에서 모두 내려올 것이라며 전격 용퇴를 선언했다. 그는 “젊은 리더십이 필요하다”면서 세대 교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블룸버그는 권 부회장의 이같은 결정이 이건희 회장의 장기 입원과 이재용 부회장의 징역 5년형 선고에 따른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31일 3분기 실적 발표 자리에서 차기 사령탑 등에 대한 질문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2년 말 디바이스솔루션-IT·모바일-소비자가전 등 3대 부문을 필두로 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하고 ‘3인 대표’ 체제로 회사를 운영해 왔다. 재계 안팎에서는 권 부회장의 용퇴를 계기로 삼성전자의 사장단 인사와 조직 개편 단행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블룸버그는 삼성전자의 리더십 공백을 채워줄 6명의 후보에 대해 간략히 소개했다.
가장 주목할 만한 인물은 이재용 부회장의 여동생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다. 전문가들이 외부인사 영입에 부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는데다, 엔지니어가 대표자리에 앉았던 내부 관행 등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하마평이다. 블룸버그는 “(차기 대표가 되기엔)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이부진 사장은 여전히 이재용 부회장의 가장 가까운 가족이며 경영 능력도 검증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부진 사장은 호텔신라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면서 “그의 카리스마 있고 야심찬 사업 운영 방식은 종종 아버지에 비유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는 또 “이부진 사장이 삼성전자에 발을 들여놓게 되면 삼성가(家)에서 가장 수익성이 좋은 회사에 대한 통제가 강화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대중들로부터 족벌 경영이라는 비난을 사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는 “호텔신라를 통해 경영·관리 능력이 검증됐지만 삼성전자와 같은 기술 대기업을 이끌기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3인 대표 중 가장 유력한 차기 사령탑으로 꼽히는 김기남 사장은 2014년부터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 사장을 맡았으며 권 부회장을 도와 삼성전자가 매출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데 일조했다. 그는 1981년 삼성그룹에 입사해 30대 후반 임원이 됐다. 이후 삼성전자의 메모리칩 개발을 주도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삼성전자는 웹사이트에서 김 사장에 대해 “차세대를 이끌어갈 기술을 개발·육성하는데 기여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의 박주근 대표는 “1년 전부터 김 사장이 권 부회장의 뒤를 이을 것이라는 말이 암암리에 나돌았다”고 전했다. 김 사장이 대표 자리에 앉게 되면 권 부회장에 이어 반도체 엔지니어 출신 인사를 대표 자리에 앉히는 관행이 더욱 굳어질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신종균 사장 역시 3인 대표 중 한 명으로 지난 2012년부터 IT·모바일 부문을 이끌고 있다. 그는 갤럭시 스마트폰 라인업을 구축, 삼성전자가 노키아와 애플을 제치고 시장 1위에 등극하는데 기여했다. 신 사장은 지난 2015년 ‘갤럭시S6’ 프리젠테이션에서 “나의 언어는 엔지니어링”이라는 말로 청중들의 박수를 받았다. 마지막 3인 대표 중 한 명인 윤부근 사장은 TV에서 세탁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가전제품을 총괄하고 있다. 소비자가전 사업은 삼성전자에서 수익성이 가장 낮은 부문이다.
진교영 부사장은 미국 스탠포드대학에서 박사 후 과정을 마친 뒤 1997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연구소로 입사해 20년 간 메모리 분야에서 일해 왔다. 삼성전자가 가장 많은 수익을 낸 지난 1년 동안 권 부회장이 이끄는 팀의 핵심 멤버로 자리잡았으며, 디램(DRAM) 분야 최고 전문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홈페이지에서 “진 부사장은 차세대 핵심 메모리 기술을 책임지며 시장을 선도해 왔다”고 소개했다. 그는 올해 초 전임 메모리사업부장이던 전영현 사장이 삼성SDI 신임 대표로 자리를 옮기면서 현 직위로 승진했다.
이외에도 전동수 의료기기사업부 사장이 후보로 거론됐다. 그는 엔지니어 출신으로 1983년 삼성그룹에 합류했으며, 반도체, 의료기기 및 디지털미디어 등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다. 스스로 ‘디지털 전도사’라고 칭하는 전 사장은 1990년대 후반부터 회사 내외부에서 혁신에 대한 강의를 해오는 등 폐쇄적이고 경직된 기업 문화를 완화하는데도 힘써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