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최종 협상을 진행하면서 자동차 부문에 대한 추가 논의를 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는 시한에 쫓기지 않고 내용을 우선시하겠다며 일관되게 주장했던 정부의 기존 입장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윤 장관은 이에 대해 자신의 발언이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었음을 인정하며, 자동차는 애초부터 협상 대상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윤 장관은 12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 14차 협상 직전에 자동차, 쌀, 원산지 결정기준(PSR), 한반도 역외가공지역 문제가 남아 있었고, 자동차와 쌀 두 개를 제외하고는 급속히 진행했다”며 “애초 원산지 규정 관련 품목별 PSR을 빨리 끝내고, 자동차 부문과 쌀에 대해 추가 논의를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한국과 중국이 FTA 타결을 합의한 시각은 지난 10일 오전 2시. 5시간 뒤인 오전 7시에 통상장관 회의를 갖기로 했지만, 한-중 정상회담까지 불과 3시간이 남지 않아 그동안 합의된 내용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아슬아슬한 상황이었다는 게 윤 장관의 설명이다.
그동안 정부가 연내타결이라는 발언에 얽매이지 않고 내용에 중점을 두며 협상을 진행하겠다고 주장해왔던 것을 고려하면, 정반대의 행동을 보인 셈이다. 그나마 쌀을 양허(개방) 제외에서 협상 제외로 만든 것으로 위안을 삼은 모습이었다.
윤 장관은 이에 대해 “자동차와 쌀은 처음부터 초민감품목에 들어가 있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협상 대상이 아니었다”며 “양국 장관 모두 자동차를 초민감분야에 넣은 것이 보기 안좋다고 인식하고 기술적인 워딩을 검토하겠다는 뜻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FTA 품목에서 자동차가 빠진 것이 대외적으로 이상하게 보일 우려가 있어 언제라도 일방이 원하면 협의할 수 있도록 만든 일반조항 리뷰규정에 대한 추가 논의를 하려고 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윤 장관은 그러면서 “자동차 분야는 중국이 시장을 개방하면 당장에 닥칠 피해에 대해 겁을 냈고, 우리 업계는 시장 개방 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 힘들어질 것을 겁냈다”며 “서로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져 초민감품목으로 분류됐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또 이번 한중 FTA가 ‘이익균형’ 원칙을 철저하게 적용한 협상이라고 강조했다. ‘많이 방어하고 덜 개방시킨’ 것은 한국뿐 아니라 중국도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그는 “우리 수출 품목은 이미 무관세거나 자율화가 높은 게 많은 상태였다”며 “즉시 관세철폐 품목을 중국과 같은 수준에서 비교하면 맞지 않다. 중국에서 실질적으로 유관세에서 무관세로 가는 금액이 얼마냐를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미 FTA, 한-유럽연합(EU) FTA와 비교하면 한-중 FTA가 낮은 수준으로 타결됐지만, 무역 금액으로 보면 개방의 폭이 결코 작지 않다는 게 윤 장관의 말이다.
윤 장관은 “관세를 FTA 발효 즉시 철폐하기로 한 금액이 중국이 733억달러이고 우리는 414억달러”라며 “이는 다른 나라와의 전체 무역액에 해당하는 금액”이라고도 했다.
그는 “두 나라의 국내총생산(GDP)을 합치면 11조 가까이 되는 경제적 통합인 만큼 한중 FTA는 그 자체로 의미가 크다”며 “중국이라는 거대시장을 선점하는 효과가 크기 때문에 일본과 대만 등이 상당히 긴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