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170억달러(약 17조3860억원) 인수안에 독일 지멘스와 일본 미쓰비시(三菱)중공업(MHI)이 공동으로 맞대응하면서 세계 에너지 시장 패권 다툼 미리보기가 시작됐다.
프랑스 운송 및 발전설비 제조업체 알스톰은 고속열차 테제비(TGV) 제조 기술을 보유한 프랑스의 대표적인 ‘국민기업’이다. 그 중 에너지 사업은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한다.
지멘스와 미쓰비시중공업은 16일(현지시간) 70억유로(약 9조7090억원) 현금 투입을 포함하는 공동인수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지멘스는 39억유로에 알스톰의 가스터빈 사업을 인수하고 미쓰비시중공업은 또다른 파트너사 히타치와 함께 31억유로를 들여 알스톰 지분 최대 10%를 확보하고 3개 에너지 부문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하기로 했다.
지멘스와 미쓰비시는 GE가 알스톰에게 약속했던 고용 유지 조건과 유사한 내용을 제안했다. 프랑스내 1000개 일자리 창출방안과 함께 종업원 고용을 3년간 보장한다는 것이다. 또 지멘스와 알스톰이 보유한 철도사업 부문 자산을 통합해 새로운 운송사업부를 만들겠다는 내용도 집어넣었다.
조 카이저 지멘스 최고경영자(CEO)는 “우리 제안은 대부분 사업분야에서 알스톰 브랜드를 보존하게 되며 (GE 제안보다) 재정적으로도 총 10억유로 더 나은 조건”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EU) 전력에너지 시장에서 이미 상당한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지멘스 입장에서는 미쓰비시의 공동입찰을 통해 경쟁당국이 제기할 수 있는 독점 우려를 해소했다.
◇GE도 즉각 대응..일주일 뒤 최종 승자 발표
GE는 지멘스와 미쓰비시중공업의 공동인수안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곧바로 프랑스 정부에 새 타협안을 제시할 준비에 나섰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GE는 프랑스 근로자 일자리를 보호해주겠다는 기존 약속에 프랑스 투자 확대 방안을 추가 제안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멘스-미쓰비시 연합이 공동인수안을 발표한지 몇시간만에 흘러나왔다. GE는 인수가격 자체를 더 높이는 식의 인수 경쟁은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
지멘스와 미쓰비시 측은 이번 주 알스톰 이사회를 상대로 로비에 나섰지만 패트릭 크론 알스톰 CEO와 알스톰 이사회는 여전히 GE 인수안에 마음이 기울어 있는 상태.
미셸 사핀 재무장관은 “둘 중 어느 쪽도 우선권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정부는 일자리와 투자를 지키고 전략적 분야에서는 정부가 해외 인수를 막을 수 있도록 힘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사핀 장관은 이어 “미쓰비시 합류로 지멘스 인수안이 개선됐다”며 “GE 역시 제안을 개선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알스톰은 오는 23일까지 어느 쪽 제안을 받아들일 지를 최종 선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