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국내 30대 그룹 가운데 10개 그룹이 연초에 계획했던 것보다 투자나 채용을 줄이려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달 18일부터 26일까지 자산 상위 30대 그룹을 대상으로 ‘2013년 하반기 투자·고용 환경을 조사한 결과 올해 투자를 연초 계획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응답이 23개 그룹으로 76.7%를 차지한 반면, 연초 계획보다 줄이겠다는 응답은 6개 그룹으로 20%를 나타냈다. 연초 계획보다 늘리겠다는 응답은 1개 그룹에 불과했다.
올해 신규채용의 경우에는 연초 계획수준을 유지하겠다는 그룹이 23개 그룹으로 투자 유지와 같은 결과가 나타났고, 연초 계획보다 줄이겠다는 응답은 4개 그룹으로 13.3%를 기록했다. 연초 계획보다 늘리겠다는 그룹도 3개 그룹으로 10%로 조사됐다. 고졸 채용의 경우에도 연초 계획 수준을 유지한다는 응답이 23개 기업으로 조사됐으며 당초 계획보다 축소하겠다는 응답은 5개 그룹(16.7%)으로 나타났다.
투자가 연초 계획보다 축소되는 이유는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거나 국내외 경제여건이 악화되는 등의 이유를 들었다. 현재 30대 그룹이 직면하고 있는 경영상 어려움은 ‘채산성 악화(33.3%)’와 ‘내수판매 부진(20%)’, ‘자금 부족(10%)’, ‘생산비용 증가(10%)’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신규 채용을 축소하는 이유는 4개 그룹 모두 ‘업황 어려움’을 지적했다.
하반기 투자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경제적인 변수는 ‘세계경기 회복 여부(43.8%)’와 ‘국내경기 개선 여부(40.6%)’, ‘자금확보(9.4%)’ 등이었고, 비경제적인 변수로는 ‘경제민주화 입법(36.7%)’, ‘대기업 대상 조사 강화(23.4%)’, ‘반대기업 정서(10%)’, ‘갑을관계 논란(10%)’ 등이 거론됐다.
한편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이 도입될 경우 미치는 영향에 대해 10개 그룹은 ‘현재 추진 중인 투자 프로젝트에는 영향이 없으나 신규 중장기 미래 투자계획 수립에 어려움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10개 그룹은 ‘현재 추진 중인 투자 프로젝트 및 신규 중장기 미래 투자계획 수립에 어려움이 발생할 것’으로, 나머지 10개 그룹은 ‘투자에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봤다.
배상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국내외 경기 상황이 좋지 않아 일부 그룹이 투자나 고용을 계획대로 집행하지 못할 전망”이라며 “경제민주화 입법 및 대기업 조사 강화 등과 같은 비경제 변수가 투자와 고용을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