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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한국전력공사가 인천 송도지역의 전력 공급 확대를 위해 경기 시흥 배곧신도시 중심부에서 전력구 공사를 하려다가 배곧주민의 반대에 부딪혔다. 주민의 전자파 우려 해소 없이 강행한 한전의 사업 방식 때문에 송도로의 송전 계획이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22일 시흥시와 한전에 따르면 한전 경인건설본부는 지난 9월 시흥시로부터 도로 굴착 허가를 받고 배곧신도시 등 정왕동 내 17개 지점에 대한 굴착을 진행했다. 이는 전력구 공사 설계에 필요한 지반조사 과정이다.
그러나 배곧주민들이 10월 말부터 도로 굴착 소식을 듣고 민원을 제기하자 시는 이달 8~9일 지반조사 업체에 굴착 중지와 복구를 명령했다. 이 때문에 한전측의 전력구 공사 일정이 미뤄졌다.
전력구 공사는 정왕동 신시흥변전소에서 인천 연수구 신송도변전소(신설 예정)까지 7.2㎞ 구간에 걸쳐 고압용 케이블을 매설하기 위한 것이다. 이 공사는 케이블 매설 지하공간을 확보하는 것으로 깊이 30m 이상의 지하에서 땅굴을 파는 터널식(비개착식)으로 이뤄진다.
한전은 신시흥변전소가 기존 시흥·인천에 공급하는 전기 용량이 송도지역 대규모 공장 입주로 인해 수년 내 한계에 이를 것으로 보고 전력구 공사를 계획했다.
현재 신시흥변전소가 시흥 공단, 송도로 송전하는 전기는 154㎸짜리로서 2027년이면 지역 수요를 충족할 수 없게 된다. 이에 한전은 345㎸짜리 케이블을 추가 매설해 전력 공급을 확대하려는 것이다. 전체 매설 구간 7.2㎞ 중 배곧신도시 중심부를 지나는 것은 1.4㎞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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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은 “배곧주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초고압선 매설을 반대한다”며 “시흥시와 정치권도 함께하라”고 요구했다. 또 “전자파 피해 차단을 위해 사업을 철회하라”며 “주민설명회 없이 공사를 강행한 한전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집회장소에 나온 임병택 시흥시장은 “주민들이 사는 곳으로 고압선이 지나가지 않게 하겠다”며 “이러한 상황까지 온 것에 대해 죄송하고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주민 요구와 동일하게 전력구 공사를 반대하는 입장이다”며 “고압선 설치 시 피해 규모를 추산하기 위해 용역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9월에 도로 굴착 허가를 신청한 것은 민간업체여서 시 차원에서 한전의 전력구 공사 계획을 몰랐다”고 설명했다.
한전측은 “기존 154㎸ 전기로는 시흥과 송도의 전기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며 “송도 송전 선로로 345㎸짜리를 추가해야 시흥 공단쪽 전기 공급도 안정화된다”고 말했다. 그는 “시흥시가 협조하지 않으면 2027년 준공이 어려워진다”며 “전자파 감소 방안을 마련해 배곧주민, 시흥시와 협의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