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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18일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친 뒤 발표한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국내 경제는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 이라면서도 “금년중 GDP성장률은 1월 전망치(2.6%)를 소폭하회하는 2% 중반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국내 경제에 대해 한은은 “소비 증가세가 주춤한 모습을 나타낸 데다 설비 및 건설투자의 조정과 수출 증가세 둔화가 지속됨에 따라 성장세가 다소 완만해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월 금통위에서는 국내경제 성장흐름이 1월 전망경로에 부합한다는 판단보다 다소 후퇴한 표현이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월 2.9%에서 그 해 7월 2.8%, 10월 2.7%로 하향 조정한 뒤, 지난 1월 0.1%포인트 더 하향한 2.6%로 예상한 바 있다. 한은의 전망은 정부(2.6∼2.7%), 국제통화기금(IMF·2.6%), 경제협력개발기구(OECD·2.6%)와 유사하나 민간기관보다는 낙관적이었다.
민간연구기관인 현대경제연구원과 LG경제연구원은 각각 2.5%를 예상했고,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무디스와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는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2.1%와 2.4%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다만 “앞으로 건설투자 조정이 지속되겠으나 소비가 증가 흐름을 이어가고 수출과 설비투자도 하반기로 가면서 점차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망했다.
한은이 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한 배경으로는 국내 경기 지표 부진이 꼽힌다.
지난 2월에는 산업생산과 소비, 투자가 모두 감소했다. 전월동월대비 1.9% 감소한 전산업 생산의 경우 광공업 생산(-2.6%)과 서비스업 생산(-1.1%)이 감소했다. 지난 3월 소비자 심리가 4개월 연속 개선됐으나, 지난 2월 소비판매는 0.5% 감소했다. 설비·건설투자도 모두 줄었다.
수출도 계속 감소하고 있다. 지난 3월 수출은 전년동월대비 8.2% 줄어 4개월 연속 감소세였다.
지난 2월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인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1개월째 내림세를 이어갔고, 앞으로의 경기를 예측하는 지표인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9개월째 하향곡선을 그렸다. 이 두 지표가 9개월 연속 동반 하락한 것은 관련 통계가 제공된 1970년 1월 이후 처음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1월 전망(1.4%)보다 낮출 것으로 보인다. 올해 1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5%로 통계집계가 시작된 1965년 이래 분기 기준으로 최저다. 월별로는 1월 0.8%, 2월 0.5%, 3월 0.4%다.
한은은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1월 전망경로를 하회하여 당분간 1%를 밑도는 수준에서 등락하다가 하반기 이후 1%대 초중반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며 “근원인플레이션율도 완만하게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경제 성장과 경기 활력을 나타내는 물가 성장도 둔화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으면서 향후 금리 조정 여부와 관련해서는 뚜렷한 ‘완화적’ 표현으로 돌아섰다.
한은은 지난해 1월 이후 지속해온 “완화정도의 추가 조정 여부는 향후 성장과 물가의 흐름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해 나갈 것”이라는 문구를 삭제하고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통화기금(IMF)이 한은에 ‘명확히(Clearly)’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권고한데다, 금리 인상의 논거였던 금융불균형 우려도 완화세를 나타내면서 완연한 비둘기로 돌아선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0월 금통위 의결문에서 통화정책방향에 대한 문구에 ‘신중히’를 빼면서 “완화 정도의 추가 조정 여부”라는 표현은 매파색(긴축선호)이 강화된 문구로 해석돼왔다. 당시 이주열 항는 총재는 ‘신중히’라는 문구를 삭제한 이유에 대해 “금융안정에 종전보다는 역점 둬야 할 상황이 가까워왔다”고 말한 바 있다. 문구를 삭제한 이후 한 달 뒤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바 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 표현의 삭제는 원론적으로는 위아래 모두 해석이 가능하긴 하지만, 현재의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하면 한은이 좀더 완화적인 방향으로 나간 신호로 보는 게 합당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