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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두렵다'…집배원 대책위 "과로사·자살 등 희생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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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 기자I 2017.09.11 13:02:16

'안전무사고' 목표 달성 위해 사고 치료조차 제 때 못받아
출근 안하면 벌점, 편법 성행에 집배원들 '신음'
대책위 "명절 앞두고 인력증원 통해 과로사 막아야" 촉구

28개 시민·사회단체로 이뤄진 ‘집배원 과로사·자살방지 대책위원회’(대책위)가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우체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로사 하는 집배원들이 없도록 특별근로감독을 시행해 줄 것을 고용노동부에 촉구하고 있다. (사진=권오석 기자)
[이데일리 김성훈 권오석 기자] “매년 명절을 보내면 우리는 소중한 동료를 떠나 보내야만 했습니다. 올해 들어서만 15명의 집배원이 숨을 거뒀습니다. 이제 더 이상의 희생을 멈춰야 합니다.”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우체국 앞에 집배원들과 시민단체 회원 10여명이 모여들었다. 빨간 우체통 옆으로 엿새 전 숨을 거둔 고(故) 이길연 집배원을 추모하는 검은색 현수막이 펼쳐졌다. 이들은 “인력증원을 하지 않아 전국의 집배원들이 하루 평균 12시간 이상의 중노동에 노출돼 있다”며 고용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을 시행을 촉구했다.

공공운수노동조합·전국집배노동조합을 비롯한 노동·종교·법조계 등 28개 시민·사회단체로 이뤄진 ‘집배원 과로사·자살방지 대책위원회’(대책위)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집배원들의 안타까운 죽음이 끊이지 않는 것은 장시간 중노동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와 과로를 유발하는 제도들 때문”이라며 “우정사업본부는 ‘추석 특별 소통 기간’(연휴 시작 2주 전~추석 직전 날) 제대로 된 인력 증원 계획을 발표해 집배원의 과로사를 예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송경용 대책위 대표는 “전국의 우체국에서 진행하는 ‘안전 무사고 사업’으로 집배원들이 사고를 당해도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며 “우정사업본부가 안전 무사고 유지를 위해 출근하지 않으면 벌점 등을 주는 편법을 쓰고 있어 집배원들이 신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한국노동연구원이 집배원 1만 866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실태 설문조사에 따르면 업무 중 사고를 경험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92.7%가 사고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사고로 병가를 사용했다는 대답은 전체 응답자의 24.5%에 그쳤다.

공무상 재해로 처리하지 않는 이유로는 경영평가점수와 관련이 있다는 응답이 30%에 달했다. 업무 중 사고를 집배원의 단순 잘못으로 처리하는 등 산재 은폐 등의 관행이 있다는 대답도 있었다.

허소연 집배노조 선전국장은 “우정사업본부에서 일어나는 사고가 더욱 안타까운 것은 얼마든지 예방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며 “일년 중 가장 바쁜 시기인 추석을 앞두고 전국의 집배원들은 건강하게 우편업무를 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과로사 발생 원인 중 하나는 대표 교섭 노동조합인 우정노동조합이 무제한 연장 근무에 합의한 것 때문”이라며 “우정노조가 당장 합의를 철회하고 고용노동부는 치료조차 제대로 못 받고 출근을 종용받는 집배원들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책위는 오는 12일 과로사 공동대책위를 공식 출범하고 매일 오전 광화문 우체국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갈 예정이다.

한편 대책위에 따르면 서광주 우체국 소속이던 고 이 집배원은 지난달 10일 근무 중 중앙선을 침범한 차량과 출동하는 사고를 당했다. 업무 중 일어난 교통사고로 공무상 재해 처리와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우체국 측은 ‘안전 무사고 1000일 달성’을 앞두고 병가로 치료를 받게 해 보고를 누락시켰다. 결국 그는 지난 5일 “두렵다. 이 아픈 몸 이끌고 출근하라네. 가족들 미안해”라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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