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윤종성 이민정 김상윤 기자] 내수 경기 침체와 수출 부진이 맞물리면서 기업들이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를 고려하면 기업들의 고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유가 하락과 글로벌 경기 부진 탓에 지난해 기업들은 매출 감소와 영업이익률 하락을 겪었다. 최근들어 사정은 더 악화됐다. 기업들은 공장 가동률을 낮추면서 경기에 대응하고 있지만, 살아나지 않는 소비심리로 재고율은 77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 광공업생산 3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
통계청에 따르면, 제조업의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광공업생산은 5월 전월대비 1.3% 감소했다. 3월 이후 석달 내리 ‘마이너스 성장’이다.
지난달 광공업생산 감소는 수출 부진으로 제조업의 양대 축인 자동차(-3.7%)와 반도체(-4.8%)가 모두 고전한 탓이다. 통신·방송장비, 석유정제 등의 업종에서는 생산이 늘었지만, 자동차와 반도체의 부진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광공업 생산 감소와 맞물려 지난달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0.7%포인트 하락한 73.4%를 기록했다. 제조업의 재고량에 출하량을 나눈 값인 재고율은 127.32%로 전월대비 0.1%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지난 2008년 12월(129.9%) 이후 7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한달 전보다 제조업 재고(-1.1%)는 줄었지만, 출하량이 더 많이 감소하면서 재고율이 높아진 것이다.
전백근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재고율은 선행지표 성격을 띠고 있다”면서 “제조업체들이 향후 경기 전망을 어둡게 봐 출하량을 줄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비스업 생산은 0.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공업생산과 서비스업의 동반 부진으로 전산업 생산은 한달 전보다 0.6% 감소했다. 전산업생산도 3월(-0.5%), 4월(-0.4%)을 포함해 3개월 연속 감소세다. 설비투자도 전월대비 1.3% 줄었다.
◇ 기업 성장률 금융위기 직후보다 못해
기업들의 고전은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기업들의 매출액 증가율은 2013년보다 하락하면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을 나타내는 영업이익률도 소폭 하락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들의 매출액 증가율은 -1.5%를 기록,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1%)보다 더 큰 폭의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률도 2013년(4.7%)에 비해 0.4%포인트 하락한 4.3%를 기록하면서 2013년 중 소폭 개선 기미를 보이던 수익성이 다시 악화됐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전자, 석유 등 상대적으로 매출액 규모가 큰 업종이 글로벌 수요 부진, 원유가격 하락 등의 영향으로 큰 폭의 매출 감소를 보임에 따라 기업 전체의 성장성이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특히 2012년 9월 이후 일본은행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시작된 엔화 약세로 우리 수출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수출 물량 증사세가 둔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2012년 9월부터 2015년 3월까지 원·엔 환율 절상 폭은 56.6%로, 1990년대 중반과 2000년대 중반 엔화 약세기에 비해 훨씬 큰 수준이다. 같은 기간 중 수출물량은 6.9% 증가에 그쳐 과거 엔화 약세 기간에 비해 낮은 증가율을 보였다.
이처럼 성장세가 둔화된 가운데 발생한 메르스 사태는 기업들의 고통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해 메르스 경제 여파를 최소화한다는 계획이지만 충격의 크기를 가늠할 수 없어 불안감은 더 크다. 전백근 과장은 ”6월 생산지표는 메르스 영향으로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