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에 몰려오는 '환율 먹구름'..성장세 '발목'

임일곤 기자I 2013.01.31 16:57:31

삼성전자, 올해 3조원 타격 예상
부품업체, 엔저로 수익성 저하우려

[이데일리 임일곤 기자] 삼성전자(005930)를 비롯해 주요 정보기술(IT)업체들이 급격한 환율변동 리스크에 노출되면서 실적면에서 타격을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원화가 일부 통화에 대해서만 강세를 보였으나 하반기 들어 달러화는 물론 엔화에 대해서도 급격한 절상이 진행되면서 수출을 주력으로 하는 제조사들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지금과 같은 원화 강세가 계속되면 IT업체들의 고공 성장세에도 발목이 잡힐 수 밖에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31일 현재까지 작년 4분기 성적표를 내놓은 주요 IT업체는 삼성·LG전자를 비롯해 SK하이닉스(000660), 삼성전기(009150), LG디스플레이(034220), LG이노텍(011070) 등이다. 이들 대부분은 지난해 4분기 들어 원화가 엔화 및 달러 대비 급격하게 절상되면서 실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전자는 4분기에 약 3600억원 가량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반도체 업체 중에선 SK하이닉스가 환율 변동 여파로 작년 4분기에 400억~500억원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전자부품 계열사인 삼성전기도 환율 때문에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분기에 비해 감소했다.

LG전자는 구체적인 피해 규모를 밝히지 않았으나, 정도현 부사장(CFO·최고재무책임자)은 지난 30일 기업설명회(IR)에서 “환율이 4분기 손익에 미치는 영향이 굉장히 부정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삼성·LG전자와 같이 스마트폰이나 TV 등 조립제품을 주로 만드는 업체는 원화 가치가 오르면 제품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사업 환경도 불리해진다. 이들 업체의 브랜드 가치가 워낙 높은데다 시장 점유율이 높아 원화 절상 요인만으로 실적이 악화되기는 힘들다.

게다가 이들 기업은 전 세계에 걸쳐 생산기지를 마련해 놓았고, 결제 통화도 다양화했기 때문에 환율 변동으로 인한 충격은 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올해 같은 경우에는 원화 가치가 달러와 유로화는 물론 엔화 등 주요국 통화에 비해 전반적으로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돼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현재 환율 기준으로 계산할 경우 올해 연간 3조원의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부품 업체는 경쟁 관계에 있는 일본 업체들이 엔화 약세를 등에 업고 가격경쟁력을 높일 수 있어 환율 변동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가파른 원화 강세는 부품 업체 수익성 저하를 초래할 수 밖에 없다”며 “일본 업체와 경쟁 관계인 평판TV와 LED, 2차 전지 등은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관련기사 ◀
☞'애플 쇼크'..삼성전자도 못 비껴간다
☞[마감]코스피, 외국인 매도에 사흘 만에 ↓
☞레노버의 패기 "3~4년내 삼성전자 잡겠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