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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 낀 신용등급` 에 후폭풍 온다

임명규 기자I 2012.02.02 18:32:16

독자신용등급 도입 임박
개별기업 본질가치 접근..기업 비용부담 `가중`
투자자 정보 확대는 긍정적

[이데일리 임명규 기자] "현대제철의 자체 신용도는 Ba2 수준이지만 모(母)회사인 현대차그룹의 지원 가능성과 그룹 내 중요도를 감안해 Baa3로 등급을 부여한다."(2011년 11월, 무디스)
 
무디스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현대제철의 자체 신용도는 `Ba2`로 투자 부적격(투기)등급이다. 하지만 모회사인 현대차그룹의 지원가능성 등을 고려한 실제 적용 등급은 자체등급보다 2단계 높은 `Baa3` 로 투자 적격등급에 턱걸이했다.
 
빠르면 올 하반기부터 국내 신용평가사들도 독자적 신용등급을 도입할 전망이다. 현재 국내 신평사들은 그룹의 지원 가능성을 반영한 등급만 발표하고 있다.

무디스의 분석처럼 국내외 신평사들은 해당기업이 조금 부실해도 그룹의 재무여력이 탄탄하고 지원 의지도 충분하다면 실제보다 2~3노치(Notch) 가량 후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하지만 최근 국내 신평사를 중심으로 기업들의 등급 버블 문제가 지적되고 LIG건설 사태에서 보듯 그룹의 지원가능성에 의구심이 제기되면서 독자적 신용등급 도입이 탄력을 받고 있는 양상이다.  그만큼 그룹 지원 가능성을 등에 업고 후한 평가를 받아온 그룹 계열사들에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관련기사☞독자등급 `초읽기`..20대 그룹 10여개社 `투기등급` 추락?

◇ 어떤 방안 나올까 

2000년대 초반 국내 신평사들이 독자신용등급을 표시한 적이 있었다. 신평사들이 자발적으로 계열배제 등급을 공개했지만, 투자자들에게 혼란만 가져다주는 등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1년이 채 안 돼 폐지되고 말았다.

올해 금융당국이 도입 방침을 밝힌 독자등급은 현재까지 구체적인 방안이 나와있지 않다. 오는 9일 금융위원회와 자본시장연구원이 `신용평가 제도개선` 공청회를 통해 밑그림을 그려나갈 예정이다.
 
크레딧 시장 전문가들은 우선 그룹 계열사부터 독자등급을 발표하고, 공기업과 금융기관은 추후 단계적으로 공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독자등급 공개 방식에 대해서는 두가지 안으로 압축된다. 국제신평사처럼 계열사 지원이 없는 독자등급을 부여하고, 그룹 지원 여력 등을 반영한 등급을 함께 공개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갑`그룹내 `을`계열사의 독자적 등급은 `BBB`이지만, 그룹 지원가능성을 고려해 실제 을의 등급을 `A+`로 매기는 식이다. 

또 하나는 신용등급체계와는 별도의 새로운 등급을 표시하는 것으로 기존의 AA, A, BBB 등의 등급체계와 별도로 A, B, C, D 등을 독자적 등급으로 부여해 기존 등급과 대비하지 않고 참고만 하는 방식이다. 이는 현재 무디스에서 은행 등의 등급에 적용하고 있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신평사들이 각기 다른 방법론을 갖고 있어 등급 적정성에 대한 논란이 클 것"이라며 "기존 등급과 같은 체제로 독자등급을 부여하면 투자자의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에 다른 표시 방식으로 가는 것도 대안으로 검토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별도의 분류체계를 가져갈 경우 독자적 신용등급과 지원가능성을 반영한 등급간의 격차, 상대비교가 어려울 수 있어 독자적 신용등급 도입 취지가 다소 퇴색될 가능성이 있다.

◇ 등급버블 논란 잦아들까 

크레딧 업계에서는 독자신용등급이 도입되면 신평사가 기업의 신용등급과 독자적 등급의 차이를 설명하는 근거를 명확하게 제시해야 하기 때문에 신용등급 버블 논란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이후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등급 상향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면서 최근까지 `등급 버블`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 가운데 독자적인 등급을 별도로 공개할 경우 개별 기업의 펀더멘털만을 고려할 수 있어 투자자들이 보다 핵심적인 기업가치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

신환종 우리투자증권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우리 회사채 시장의 가장 큰 약점은 기업 정보가 충분하지 못하다는 점"이라며 "독자신용등급 도입으로 정보 공개 범위가 넓어지면 장기적으로 수요기반이 확대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독자적 등급이 도입될 경우 그룹의 지원가능성을 고려한 등급과 차이가 큰 기업일수록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개별 등급이 낮을수록 재무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더 높은 금리(더 싼 채권값)를 주고 발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은행, 대기업 등의 입김에 휘둘리는 국내 신용평가사들의 등급 부여 현실을 감안하면 독자적 신용등급 도입에는 상당히 많은 제도적 장치들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공기업과 은행 등 금융기관에 대해서도 독자등급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2년전 성남시가 모라토리엄(지불유예)을 선언하면서 불거진 공기업과 지방공사의 채무상환에 대한 의구심을 감안하면, 이들의 독자등급 논의가 더욱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신평사 관계자는 "정부의 지원가능성을 배제하면 재무상태가 취약한 공기업과 은행이 수두룩하다"며 "은행의 독자 재무건전성 등급(BFSR)은 현재도 방법론에 따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시행만 하면 즉시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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