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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이사장은 중학생 시절 단체관람으로 봤던 ‘춘희’로 오페라를 처음 접했다고 했다. 그는 “웅장한 무대와 화려한 의상이 인상 깊었지만, 무슨 말인지 한 마디도 못알아 들어 답답했다”면서 “이번에 모든 공연을 우리 말로 진행하다고 해서 무척 감동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말 오페라가 전 세계에서 공연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건용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은 “오페라의 역사를 돌아보면 이탈리아어, 불어, 독어, 영어 등 언어의 확장과 맞물려 베네치아, 파리, 비엔나, 뉴욕 등 새로운 오페라의 중심 도시가 형성됐다”며 “이젠 새로운 오페라의 언어가 등장할 때가 됐으며, 한국어와 서울이 그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총장은 박수길 전 국립오페라단 단장, 유인택 예술의전당 사장과 함께 이번 축제의 공동조직위원장을 맡았다.
유인택 사장은 고려아연, 한글과컴퓨터, 세아이운형문화재단, 코스모스 악기 등 협찬사들을 일일이 호명하며 “후원금을 소중하게 사용해서 이 축제가 지속 가능하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이승정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한문연) 회장은 “이번에 공연하는 다섯 작품이 전국 문예회관 무대에도 올라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부연했다.
한편 이번 축제에선 △세일즈맨의 죽음에 관해 다룬 블랙 코미디 ‘김부장의 죽음’ △진실을 알고 싶었던 한 남자의 비극적 사랑을 다룬 ‘달이 물로 걸어오듯’ △탈옥 후 춘향이 어디로 향했는지를 그린 ‘춘향탈옥’ 등 창작 오페라 3편이 관객들을 맞는다. 또 유쾌한 소재와 기발한 발상을 담은 코믹 오페라 ‘엄마 만세’, 이윤이 최고의 가치가 된 사회를 비판하는 내용의 ‘서푼짜리 오페라’ 등 번안 오페라 2편도 선보인다.
4월 한 달간 총 22회 공연하며, 모든 작품은 100% 우리 말로 진행된다. 한국어만으로 꾸미는 무대는 1999년 축제 시작 후 처음이다. 개막식과 폐막식, 시상식 시스템을 도입하고, 거리공연, 버스킹, 포럼, 제작 투자 매칭, 관객과의 만남 등의 행사도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