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형수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이혼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가운데 법조계는 합의 이혼은 물론이고 소송을 통한 이혼도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은 이혼 사유에 책임이 있는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어서 최 회장이 이혼 소송을 하더라도 원하는 결과를 얻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9월15일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바람을 피운 배우자는 이혼소송을 낼 권리가 없다고 판결했다. 대법관 13인 가운데 7인은 유책주의 유지를, 6인은 파탄주의 도입을 주장했다. 재판부는 혼인파탄을 불러온 배우자의 이혼청구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에 지난 50년간 유지한 유책주의를 변경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시기상조라고 판단했다. 파탄주의를 택하면 사회적·경제적 지위가 남성보다 낮은 여성 배우자가 입을 불이익이 크다는 점도 고려했다.
유책 배우자라도 소송에 이르기 전에 협의를 통해 이혼할 수 있다는 점도 대법원이 유책주의를 유지하는 데 영향을 줬다. 지난해 전체 이혼 가운데 77.7%는 합의이혼이다. 아울러 재판부는 여성의 지위가 과거보다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사회경제 모든 영역에서 완전한 양성평등이 실현된 것으로 보기에는 미흡한 점도 반영했다.
최 회장은 공개 서신을 통해 한 여성과의 사이에 혼외자가 있고 그 여성과 어린아이를 책임지기 위해 새로운 가정을 꾸리겠다고도 했다.
법조계는 현재 상황에서 혼외자가 있는 최 회장의 이혼 청구를 법원이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양정숙 변호사는 “보통 법원에서 실질적으로 혼인관계가 파탄났다고 보는 별거기간은 보통은 25년이고 최소 10년 이상”이라며 “별거 기간이 길다 해도 최 회장의 외도가 원인일 수 있기 때문에 법원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라 해도 축출이혼의 염려가 없는 경우 또는 이혼을 청구하는 배우자의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로 상대방 배우자와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루어진 경우에는 이혼 청구를 받아들이고 있다. 따라서 최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노 관장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들에 대해 법원이 인정하는 수준의 보호와 배려를 한다면이혼을 가능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