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연합뉴스) 경남의 특수학교인 창원천광학교에서 다니던 장애 아동 정민기(9) 군이 실종 15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경찰과 학교의 대처가 도마 위에 올랐다.
정 군은 24일 오전 10시 35분 창원시 성산구 가음정동의 한 폐건물 지하 3층에서 물에 빠져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지난 10일 정 군이 창원대로를 지나는 것을 봤다’는 제보를 지난 19일 접수하고서 일대 사설 폐쇄회로(CC)TV를 확보해 분석, 정 군으로 추정되는 아이가 해당 폐건물로 들어가는 장면을 지난 23일 확인하고 이날 오전 수색에 나서 정 군을 발견했다.
지상 9층, 지하 4층 규모로 짓다가 만 채 20년 가까이 흉물로 가까이 방치된 이 건물은 지하 4층과 3층이 물에 잠긴 상태였다.
이 건물은 정 군이 실종된 학교에서 직선거리로 고작 650m 떨어진 곳인데다가 경찰의 집중 수색 범위에 포함돼 있었다.
경찰이 지난 12일, 15일, 22일에도 수색한 곳이어서 경찰이 수색 작업을 허술하게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게다가 유족과 장애인 부모회 측은 자폐성 장애 2급인 정 군이 어둠을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등의 특성을 들어 특히 학교 주변의 폐건물과 공장 등 일대를 샅샅이 수색해달라고 경찰 측에 요청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날 정 군의 사망 소식을 듣고 폐건물을 찾은 유족은 “그저께 (경찰이 폐건물에) 다 들어가 봤는데…어떻게 학교 앞에서 안 찾을 수 있느냐”고 오열했다.
정 군 실종 이후 함께 수색 작업에 나선 서은경 ㈔느티나무 경상남도 장애인 부모회 사무처장도 “수색 작업이 제대로 안 됐다고 보고 있다”며 “주변에 공사장이나 폐건물이 많아서 찾아보자는 얘기를 수없이 했는데 (제대로) 찾아보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사후약방문이 됐다”고 비판했다.
경찰의 앰버 경보 ‘늑장 발령’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찰은 실종 아동을 찾기 위한 앰버 경보를 정 군이 실종된 지 이틀이 지난 12일에야 발령했다.
경찰 측은 이에 대해 “정 군이 살아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물이 차지 않은 폐건물 지하 2층부터 지상까지만 수색 작업을 벌였다”며 “유괴 등 범죄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었다면 실종 직후 앰버 경보를 내렸겠지만 그런 상황이 아니어서 조만간 찾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학교 측도 정 군 실종 사실을 2시간여가 지나서야 경찰에 알려 초기 대처가 잘못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학교 측은 지난 10일 오후 1시25분께 정 군이 학교 밖으로 사라졌다고 밝혔으나 경찰에는 2시간여가 지난 오후 3시 30분께야 신고했다.
학교 측은 주변에서 자체 수색 작업을 벌이느라 신고가 지연됐다고 설명했지만 결과적으로 그 수색마저 허술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경찰이 현재까지 확보한 CCTV 영상을 보면 학교 측이 주변에서 수색 작업을 벌였다는 시간대인 당일 오후 1시 46분부터 오후 2시 28분까지 정 군이 줄곧 학교 근처에서 머무른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경남도교육청은 정 군의 장례를 마치고 학교 측의 학생 관리 소홀과 늑장 대처(신고) 여부 등을 조사한 뒤 책임자에 대한 징계 수위를 논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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