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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4배가 잿더미…소방관 2500명·군 1500명 투입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BBC방송 등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프랑스와 스페인에서 30만명 이상이 집을 떠났다. 프랑스에서만 약 22만명이 대피했다. 프랑스로선 20년 만의 최악의 산불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지롱드주 소방 지휘본부를 찾아 “우리는 버텨야 한다. 이 싸움에서 함께 이길 것”이라고 소방관들을 격려하면서도 “앞으로 몇 주가 힘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프랑스 산불은 지난 22일 대서양 연안에서 시작돼 나흘 만에 지롱드주에서만 4만 2000헥타르(420㎢)를 태웠다. 파리 면적의 4배, 서울의 70%에 달한다. 주택 240채가 사라졌고 소방관 80명이 다쳤다. 보르도 남쪽 세스타스의 제롬 스테프 시장은 BBC방송에 “금세기의 화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불길은 스스로 번개와 바람을 만들어내는 ‘화재 구름’까지 형성했다. 산불 열기가 연기와 수증기를 상층으로 밀어올려 만든 먹구름에서 번개가 쳐 새 불씨가 되기도 한다. 미국·캐나다 대형 산불에서 주로 나타나 프랑스에선 생소한 현상이다.
보르도 도심은 대피령이 없는데도 연기와 재로 뒤덮여 스스로 떠나는 주민도 나온다. 리처드 포프 영국 리즈대 대기과학자는 CNN방송에 보르도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100㎍/㎥를 넘었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 하루 안전 기준(15㎍/㎥)의 6배가 넘는다.
지롱드주에는 소방관 2500명과 군 병력 1500명, 경찰·헌병 1200명이 투입됐다. 소방기는 12초 만에 물 6000ℓ를 퍼 올려 불길에 쏟아붓는다. 라카노 일대에선 불도저로 폭 100m짜리 방화선을 깎아 불이 옮겨붙을 연료를 미리 없앴다. 그럼에도 장뤼크 글레즈 지롱드주 관계자는 BBC방송에 “우리는 인력도, 소방차도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지역 경제도 직격탄을 맞았다. 롤랑 레스퀴르 프랑스 재정장관은 대피 구역의 기업 1만 3000곳이 피해를 봤다며 “그러지 않아도 힘든 지역을 강타한 경제적 벼락”이라고 했다. 로켓 제조사 아리안그룹은 공장 3곳, 항공엔진 업체 사프란은 사업장 4곳의 가동을 멈췄다. 탄도미사일·로켓 엔진, 유해 화학물질을 다루는 시설도 위협받고 있다. 재보험사 스위스리는 지롱드 산불 피해액이 최소 수억유로(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다만 보르도 와인 산지는 아직 피해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프랑스 총리는 올해 들어 산불 1만 3566건이 발생해 11만 6085헥타르가 불탔다며 “전례 없는 산불 시즌”이라고 밝혔다. 그는 “산불 10건 중 9건은 사람이 낸 불이고 대부분 담배꽁초, 바비큐 등 부주의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했다. 고의 방화도 있어 지난 6일 이후 162명이 체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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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상황은 더 심각하다. 마드리드 서쪽 아빌라 산불은 5만헥타르(500㎢) 이상을 태워 역사상 최대 규모로 기록됐다. 마드리드·톨레도·아빌라에서만 6만 3152명이 대피했고 전국적으로는 10만명을 넘는다. 프란시스코 마르틴 마드리드 정부 대표도 “마드리드 지역 역사상 최대 화재”라고 말했다.
동부 카스테욘주 발 두이쇼에선 땅에 묻힌 내전 당시 불발탄이 불길이 닿을 때마다 터져 진화대가 큰 위험에 노출됐다고 체비 볼루마르 발렌시아 자치정부 소방책임자가 국영방송 TVE에 밝혔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지금 우리가 겪는 일은 개별 사건의 연속이 아니라 기후 비상사태의 가장 고통스러운 표현”이라며 “6세대 산불을 더 사납게, 폭염을 더 잦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6세대 산불은 사람이 통제할 수 없는 최고 등급의 산불을 뜻한다.
문제는 이번주 후반 또다시 폭염이 예고됐다는 점이다. 보르도 기온은 37도까지 오를 전망이다. 페르난도 그란데마를라스카 스페인 내무장관은 “오늘과 내일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날”이라며 “수요일부터는 기상 여건이 훨씬 불리해진다”고 우려했다. 튀르키예·이탈리아·그리스가 항공기를, 스위스가 헬기 2대를 각각 지원했다.
이달 보르도와 아빌라의 평균 최고기온은 32도로 1961~1990년 같은 달 평년치보다 6도가량 높다. 유럽은 지구 평균보다 2배 빠르게 더워지는 대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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