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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정보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SPEC)를 제외하고 지난해 미국 증시에선 전년 대비 거의 60% 증가한 320억달러(약 47조원) 규모의 자금 조달이 이뤄졌다. 지난해 미국 증시의 가파른 상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규제 완화 및 감면 정책에 힘입어 2025년 상반기 IPO 계획 발표가 속출하는 등 올해도 전년 수준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다.
사모펀드가 지분을 보유한 의료기기 회사인 메드라인, 소프트웨어 업체인 제네시스가 이미 IPO를 위해 증권 규제 당국에 서류를 제출했다. 스웨덴의 후불 결제 플랫폼인 클라르나, 모바일뱅킹 업체 차임 등 핀테크 업체들이 연내 IPO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자들은 최근 주가 상승에 고무된 분위기다. 2024년 한 해 동안 다우지수는 12.80%,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은 24.01%, 나스닥지수는 30.78% 올랐다. 지난해 상장한 주요 종목 대부분이 상장가를 웃돌면서 한 해를 마감했다. 소셜미디어(SNS) 업체 레딧은 지난해 3월 상장 이후 280% 넘게 올랐다.
모건 스탠리의 에디 몰리 자본시장 글로벌 공동 책임자는 “여건이 좋아진 만큼 IPO 준비 움직임도 활발해졌다”면서 “연준의 금리 인하, (트럼프 당선인의)친기업 정책 등을 고려하면 시장은 확실히 더 바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2021년 당시 대대적인 경기 부양책으로 미국 IPO 시장은 역대급 수준인 1500억달러(약 220조원) 규모까지 확대됐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 Fed)가 치솟는 인플레이션을 완화하기 위해 2022년부터 빠른 속도로 금리를 끌어올렸고 그 여파로 약 3년 동안 IPO 시장은 가뭄을 맞았다. 연준은 지난해 9월부터 금리 인하로 다시 돌아섰다.
특히 올해 미국 IPO 시장은 사모펀드가 이끄는 ‘대어’들이 주도할 것으로 FT는 내다봤다. 사모펀드들이 오랜 IPO 가뭄으로 현금화 압박을 받고 있고, 팬데믹 시기 일부 스타트업에 대한 잘못된 투자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의 성향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FT는 설명했다.
성장 중심 펀드인 어빙 인베스터의 창립자이자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제레미 에이블슨은 “(사모펀드가 지원하는)이들 공모주는 일반적으로 규모가 크고 수익성이 좋아 투자자들에게 더 매력적”이라면서 “2021년엔 평범한 기업들도 자금이 몰렸지만 (당시 투자 실패 경험으로 인해)그런 일은 다시 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의 중소형주 성장주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사만다 라우 또한 “개인 투자자들이 이제 밸류에이션에 대해 보다 현실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