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서울 강남구 재건축 지역에 탈북자 새터민 아파트 의무비율로 법제화 시켜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등록됐다. 청원인은 “금번 총선 서울 강남갑에서 탈북자 출신의 태구민씨가 당선됐다. 냉전시대의 수구적 이데올로기의 장벽을 넘어 태구민씨를 선택해 준 강남구민들의 높은 정치 의식과 시대정신에 깊은 경의를 표한다”면서 강남에 새터민 아파트 건설 의무비율을 법제화시켜줄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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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원인은 그러면서 “강남구 전지역을 대상으로 재건축, 재개발 시 의무적으로 새터민 아파트를 넣어달라”고 요구했다. 북한 이탈 주민의 주거복지 개선이 필요한 상황에서 태 당선인을 지지해준 강남이 그러한 요구에 부응해달라는 것이다.
청원인은 “강남구민들의 높은 정치의식을 기반으로 생각해볼 때 분명 반대는 적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강남의 높은 생활 수준을 그분들이 삶으로 체험한다면 분명 대한민국에 대한 사랑도 더 커질 것 같다”고 덧붙였다.
청원인은 시종 강남주민들에 대한 경외감을 표하면서 새터민 정책에 대한 협조를 당부하고 있으나, 실상 이 글은 태 후보를 국회로 보낸 강남 지역 주민을 조롱하기 위해 작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강남, 서초, 송파 등 이른바 강남 3구에 지지층을 많이 둔 미래통합당이 반공주의 성향의 정당임에도 강남구 주민들이 북한 고위공직자 출신에 한때 진성 조선로동당원이었을 태 후보를 당선시켰기 때문이다.
특히 청원 의제가 이 지역 주민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동산과 관련된 것도 의미가 있다. 청원인은 “높은 정치의식을 지녔다”며 강남주민들을 비꼬는 한편, 이를 빌미로 새터민 아파트를 의무화하라는, 이 지역 부동산 자산가들이 가장 싫어할 만한 제안을 하고 있는 것이다. 강남은 대한민국에서 부동산 시세가 가장 높은 대표적 투기 지역으로 꼽힌다.
여권 지지층들 사이에서는 이 청원이 화제가 돼 하루도 안돼 벌써 청원 참여인원이 8만명을 넘어섰다. 이같은 분위기는 태 후보 당선 이후 강남 지역을 북한과 대조하는 유머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유행하고 있는 것과도 맥을 같이 한다. 이같은 글을 공유하는 심리에는 자신들이 그토록 싫어하는 북한과 관련된 인물이라도, 부동산 시장 활성화에 우호적인 정책을 펼치는 통합당 후보로 나온다면 얼마든지 찍어주는 강남 지역 통합당 지지자들에 대한 야유가 깔려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