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선상원 기자]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15일 국가정보원의 휴대폰 해킹프로그램 구입에 따른 민간인 사찰 의혹과 관련해 “현재까지 제기된 의혹과 국회 정보위의 현장조사 결과 등을 참고해 검찰에서 수사착수 필요성이 있는지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불법 의혹에 대해 수사에 착수할 용의가 있느냐”고 묻자 이같이 밝혔다. 박 의원은 전날 국회 정보위 전체회의에서의 국정원 보고를 언급하며 “국정원 직원이 이탈리아 밀라노 ‘해킹팀’ 본사에 출장간 것을 어제 국정원이 인정했다. 기간이 2011년 11월 21부터 22일까지”라며 “이렇게 되면 (2012년) 대통령 선거 전에 장비가 구입됐고 대선에 활용됐을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입증된다”고 주장했다.
김 장관은 이춘석 새정치연합 의원이 “지금 나온 언론보도만 봐도 수사 단서가 넘치는데 상대가 국정원이기 때문에 못하는 게 아니냐”고 지적하자 ”검찰에서 적절히 판단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이 재차 “국정원이 적법한 감청이 아닌 해킹을 통한 불법행위를 한 게 아니냐”고 따지자 김 장관은 “해당 프로그램의 실제 사용처 등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가정이나 전제로 구체적 답변을 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김 장관은 “먼저 사실관계를 명확히 확인된 다음에 법리적 검토나 수사 착수 여부가 결정돼야 한다”며 “정보위 현장조사 결과나 기타 언론에서 제기하는 여러 의혹 등에 대해서 좀 더 확인한 후에 어떤 방향을 정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한성 새누리당 의원이 “IS(이슬람 무장단체) 등이 우리나라 휴대폰에 침투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이런 정보불안에 대처할 능력을 키우는 것이 마땅하지 않느냐”고 말하자 김 장관은 “그런 면도 있을 수 있다”고 답했다. 이어 해당 프로그램이 감청설비에 해당하느냐는 전해철 새정치연합 의원의 질문에는 “감청설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견해가 우세한 것 같다”고 했다.
한편, 문병호 새정치연합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국정원이 해킹프로그램 RCS(원격조정시스템)를 대북 및 해외정보 수집 등의 용도로만 쓰고 국민들을 대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고 해명한 것과 관련해 “해명의 진위여부를 떠나 국정원의 주장이 100% 사실이라고 간주하더라도 이는 명백한 실정법 위반”이라고 밝혔다.
통신비밀보호법 제7조 1항에 따르면 국가안전보장에 대한 상당한 위험이 예상되는 경우에 한해 적대국가, 반국가활동 혐의가 있는 외국기관 및 외국인, 북한이나 외국에 소재하는 산하단체 구성원의 통신에 대해서만 법원의 영장 없이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 감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 의원은 “국정원의 주장대로 북한을 대상으로만 RCS를 사용했다 하더라도 개별 건마다 대통령의 승인을 서면으로 받아야 하고, 대통령의 승인을 받았더라도 감청 대상자가 한국 국적의 내국인과 통신할 때에는 추가로 법원의 허가도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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