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산으로 경제 회복세가 지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결정할지 주목된다.
현행 국가재정법 제89조가 규정하고 있는 추경 편성 요건은 △전쟁이나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한 경우 △경기 침체, 대량 실업, 남북 관계의 변화, 경제 협력과 같은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법령에 따라 국가가 지급해야 하는 지출이 발생하거나 증가하는 경우 등이다.
이처럼 엄격한 요건 때문에 정부는 그동안 추경 편성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해왔다. 1개월여 전만 해도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분기에 적어도 1% 성장은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은 추경을 하겠다 안하겠다 말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메르스가 내수 경기에 영향을 주면서 2분기에도 0%대 성장률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2013년 1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10개 분기 동안 성장률이 1%를 밑돈 것은 8번이 되는 셈이다.
2013년 5월 17조3000억원의 추경을 편성했을 때 정부는 “2011년 2분기부터 2012년 4분기까지 7분기 연속 전기 대비 1%를 밑도는 저성장이 지속됐다”는 점이 추경 요건을 충족한다고 봤다. 이 경우에 비춰보면 올해도 추경을 편성하는 게 불가능하진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에 따라 정부가 이달 말 발표하는 ‘2015년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 추경 편성이 담길지 관심이 모아진다.
주형환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3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중장기경제발전전략’ 세미나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추경 편성 가능성에 대해 즉답을 피했다. 다만 그는 “메르스가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관계부처와 함께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일 “아직까지 그런(대응책을 마련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한 것에 비해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된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회복 기조가 미약하고 주요 지표들이 방향성을 잡지 못한 상황에서 메르스 사태처럼 작은 충격도 경제 주체들이 크게 반응할 수 있다”면서 “사태가 길어지면 경기 회복세를 갉아먹을 수 있기 때문에 정부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