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코스피가 8거래일 만에 2010선을 밟았다. 포르투갈 관련 우려가 수그러드는 등 국제 금융시장이 안정세를 찾은 가운데 달러-원 환율이 급등하자 삼성전자(005930)와 현대차(005380) 등 수출 대형주에 매수세가 유입됐다. 특히 외국인이 하루 만에 대거 ‘사자’에 나서면서 개인과 기관의 매물을 받았다.
15일 코스피는 전거래일 대비 18.84포인트(0.94%) 오른 2012.72에 장을 마쳤다.
간밤에 미국 뉴욕증시는 상승 마감했다. 씨티그룹의 2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웃돈 데다 골드만삭스에서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고 기업 인수합병(M&A) 소식이 전해지는 등 호재가 잇따랐다.
유럽 증시 또한 포르투갈 관련 우려가 완화된 가운데 실적 시즌을 앞두고 기대감이 커지면서 상승세를 보였다. 금 가격은 전날 대비 2.3% 하락해 지난해 말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세계 금융시장의 긍정적 분위기 속에 이날 지수는 2004.93으로 시작해 내내 상승세를 이어갔다. 기관이 장중 매도세로 돌아섰지만 달러-원 환율이 1020원선으로 다시 올라서면서 수출 대형주 위주로 외국인 매수세가 집중됐다. 이날 달러-원 환율은 하루 새 9.2원 폭등해 1027.4원에 마감했다.
이날 외국인은 2658억원 사들였다. 개인과 기관은 각각 1409억원, 1323억원 순매도했다. 11거래일 연속 기관이 매도를 이어간 가운데 국가·지자체, 금융투자, 투신 등에서 매물이 나왔다.
프로그램 매매에서는 차익거래 102억원 매수 우위, 비차익거래 723억원 매수 우위로 총 826억원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프로그램 매수세와 달러-원 환율 하락에 대형주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이날 대형주가 1.25% 오른 반면 중·소형주는 각각 0.46%, 0.39% 내렸다.
업종 가운데 증권업종이 크게 올랐다. 코스피가 재차 2010선을 공략하는 가운데 실적이 바닥을 찍고 개선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더해졌다. 원화 강세의 수혜업종으로 꼽히던 음식료는 달러-원 환율 상승에 약세로 돌아섰다.
업종별로는 운송장비(2.5%) 전기전자(1.9%) 제조(1.4%) 등이 강세를, 비금속광물(-6.9%) 건설(-1.3%) 종이목재(-1.3%) 등이 약세를 보였다.
시가총액 상위종목 가운데 삼성전자(005930)는 전날보다 2.64% 오른 132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현대차(005380) 현대모비스(012330) 기아차(000270) 등 자동차 3인방도 동반 강세를 보였다. 그간 원화 강세로 드리워져던 주름살이 펴졌다.
중국 호재가 종목 주가도 끌어올렸다. 중국 당국이 내년부터 일반 화장품에 대해 최고 30% 적용되던 소비세가 인하 혹은 폐지될 것이라는 소식에 화장품주가 돋보였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될 경우 화장품이 대표적 수혜품목으로 떠오른 점도 긍정적이었다. 이에 한국화장품제조(003350)와 한국화장품(123690)은 가격상한폭까지 치솟았고 한국콜마(161890) 등이 강세를 보였다.
대현(016090)은 롯데백화점 본점 기준 중국인 관광객의 은련카드 결제액 4위 브랜드가 대현의 여성 브랜드인 ‘모조에스핀’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며 올랐다.
롯데칠성(005300)은 신고가를 경신하며 200만원선에 다가섰다. 음료 사업보다 수익성이 좋은 주류 사업의 성장성이 돋보이는 데다 곡물가와 달러-원 환율 하락으로 우호적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분석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이날 제일모직과의 흡수합병을 마친 삼성SDI(006400)는 강보합세로 마쳤다.
반면 시멘트주는 급락했다. 전날 건설, 시멘트, 레미콘 3자 협의체는 시멘트 가격을 톤당 1400원 올리는 데 합의했다. 이는 당초 책정안인 4000원에 미치지 못하는 금액으로 실망감에 쌍용양회(003410) 한일시멘트(003300) 아세아시멘트(183190) 등이 크게 내렸다.
중국원양자원(900050)은 거래처와의 거래 중단 소식이 전해지며 가격하한폭까지 떨어졌다.
이날 총 거래량은 3억5664만주, 거래대금은 4조406억원으로 집계됐다. 상한가 7개 종목을 포함해 426개 종목이 올랐다. 66개 종목은 보합에 머물렀다. 하한가 6개를 포함해 390개 종목은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