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조·주행 기능까지 화면 속으로…운전자는 '답답' 편의 기능 늘며 디지털화 가속…원가 절감도 '쏠쏠' 소비자 원성에 물리버튼 회귀…'절충안' 도출 과제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그 똑똑하다는 자동차 엔지니어들은 왜 가끔 이해하기 어려운 선택을 할까요. 몸에도 좋고 보기에도 좋다지만 꼭 그래야만 했을까요.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우는 자동차의 호불호 포인트, 그 이유를 파헤쳐 봅니다. <편집자주>
폭스바겐 ID.7의 운전석. 센터페시아의 물리버튼을 대폭 줄였다. (사진=폭스바겐)
언제부터인가 자동차 회사들은 버튼을 싫어하기 시작했다. 에어컨 버튼도 없애고, 열선 버튼도 없애고, 주행 설정 버튼도 없앴다. 유럽 자동차 버튼 협회와 물밑에서 알력 다툼이라도 벌이는 것일까. 급기야 주행 기어를 버튼으로 만들더니 그 버튼마저 중앙 디스플레이 안으로 몰아낸 사례까지 등장했다.
운전자들은 답답함을 호소한다. 물리버튼이면 위치를 더듬어 한 번 누르면 끝날 일인데, 디지털 터치 조작계는 정확한 위치를 눈으로 확인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시선이 도로를 떠난다.
게다가 원하는 기능을 찾으려면 메뉴를 몇 차례 뒤적거려야 한다. 차체가 흔들리면 작은 영역을 정확히 누르기 어렵고, 손끝이 살짝 스쳤을 뿐인데 눈치 없이 엉뚱한 기능이 작동하기도 한다.
제대로 눌리긴 한 건지도 아리송하다. 물리버튼은 ‘딸깍’하는 감각을 전해주지만 디지털 터치는 반응을 직접 확인해야 한다. ‘된 거야?’ 싶어 한 번 더 눌렀다가 원치 않는 조작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다반사다.
센터페시아의 주요 물리버튼을 중앙 디스플레이에 통합한 테슬라 모델3. (사진=테슬라)
자동차 회사들도 할 말은 있다. 물리버튼을 없앤 덕분에 실내는 한결 깔끔하고 미래적으로 보인다. 차량에 들어가는 편의 기능이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버튼을 무작정 추가할 수도 없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기능의 배치·구성을 개선하기에도 유리하다. 이것이야말로 소비자들이 바라던 바 아닌가?
할 말을 잃은 소비자들은 한편으론 다른 의심을 품었다. 사실은 제조원가를 한 푼 더 아끼고 마진을 높이려는 심산은 아닐지. 심증만 있을 뿐 증거는 없어 의심만 짙어가던 찰나, 업계의 금기를 발설한 인물이 나타났다.
베네데토 비냐 페라리 CEO는 최근 외신 인터뷰에서 물리버튼을 터치식 조작계로 대체하면 기존보다 비용을 50% 낮출 수 있다고 밝혔다. 터치 방식이 운전자보다는 공급업체에 유리한 선택이었다는 자백과 함께. 디지털 혁신의 이면에는 원가 절감이라는 현실적인 셈법도 도사리고 있던 것이다.
KGM은 공조 조작계를 물리 다이얼과 터치 버튼을 결합한 형태로 재구성했다. (사진=KGM)
운전자들의 원성이 높아지자 자동차 회사들은 뒤늦게 물리버튼의 쓸모를 재발견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앞으로 신차에서 공조 등 자주 사용하는 기능의 물리버튼을 되살리겠다고 밝혔고, 페라리 역시 신형 모델에 물리버튼을 다시 적용했다. 현대자동차와 메르세데스-벤츠 등도 대형 디스플레이를 유지하면서 주요 기능은 물리식 조작계를 적용하는 절충형 설계를 확대하는 추세다.
자동차를 완전히 과거로 되돌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바야흐로 SDV 시대에 차량에 탑재되는 기능은 더욱 다채로워질 것이고, 새 기능이 생기는 족족 버튼을 추가했다가는 비행기 조종석을 방불케 할지도 모른다.
결국 물리버튼과 디지털 조작계 사이에서 안전성·편의성을 모두 갖춘 절충점을 찾는 것이 자동차 업계에 주어진 작금의 과제다. 그 과정에서도 적잖은 무리수와 잡음이 뒤따르는 건 피하기 어려워 보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