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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 겸 경제부 장관은 20일(현지시간) 도이치란드푼크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독일 헌재의 예산안 위헌 판결에 대해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고 (경제) 상황이 정말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스와 전기 요금은 물론 지역난방 요금도 오를 것”이라며 “일자리와 부가가치 창출도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주 독일 헌재는 독일 연방정부가 코로나19 대응 예산 600억유로(약 85조원)을 기후변화기금으로 전용한 것은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독일 헌법은 재정준칙을 통해 연방정부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0.35%를 넘지 않도록 규정하고 코로나19 등 긴급 상황만 예외로 인정하고 있다. 긴급 상황 대응을 위해 예외를 인정한 예산을 다른 용도로 전용하는 건 위헌이라는 게 독일 헌재 판단이다.
이번 헌재 결정으로 독일 정부는 더욱 강한 재정적 압박을 받게 됐다. 블룸버그통신은 내년 예산안에서 최소 300억유로에 이르는 부채(약 42조원)가 추가 계상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미 집행된 올해 예산도 추가경정(추경)예산편성을 통해 재정준칙을 맞춰야 한다. 이는 증세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독일 정부는 기후변화기금을 주로 에너지 요금을 보조하는 데 사용했는데 이 같은 지원 정책이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가뜩이나 높은 에너지 가격이 독일 경제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문제가 더 악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베크 장관이 인터뷰에서 우려를 토로한 이유다.
사회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연립내각 안에선 헌법상 예산위기를 선언해 재정준칙 효력을 일시 중단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하베크 부총리는 예산위기 가능성에 대해 “추측하지 않고 싶다”면서도 우크라이나 전쟁과 러시아산 가스 공급 부족, 3분기 역성장 등 독일 경제의 어려움을 언급했다. 다만 연립정부 안에서도 자유시장주의적 색채가 강한 자유민주당은 이참에 재정 지출을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