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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2. 대구시 동구 봉무동에 있는 폴리텍 섬유패션캠퍼스에는 올해로 만 58세인 만학도 박영희씨가 입학했다. 39년 전 대학에서 패션을 공부했지만 결혼과 동시에 디자이너의 꿈을 접었다. 이후 의류 판매 사업체를 운영하던 남편과 함께 일하면서 언젠가는 옷을 디자인하고 만드는 일을 하겠다는 꿈이 생겨 폴리텍의 문을 두드렸다.
올해 각 전국 34개 폴리텍 캠퍼스에는 다양한 사연을 가진 새내기들이 입학해 눈길을 끌었다. 청각장애를 극복하고 학과수석을 차지한 김재환군과 패션업계 전문가를 꿈꾸는 박영희씨, 명문대를 다니다가 기계분야 기술을 선택한 고은혁(20)학생, 용접으로 인생 2막을 준비하는 베이비부머 이봉규(51)씨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모두 평생 직업을 찾기 위해 폴리텍을 선택했다.
먼저 김군은 어린 시절부터 청각 장애가 있는 탓에 혼자 하는 것에 취미를 가졌고 전자기기를 분해·조립하며 기술에 대한 꿈을 키웠다. 그는 경기도 수원에 있는 삼일공업고등학교에 입학한 후 3학년 2학기에 현장실습을 나갔던 회사에서 자동화장비를 처음 접하며 이 분야의 전문 기술인이 되겠다는 인생 목표를 세웠다.
김군은 “나에게 기술은 꿈을 갖고 실현해나가는 도구”라며 “장애가 있지만 자동화 분야의 최고 기술인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만학도 박씨는 2014년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맞이했다. 그는 “당시 일학습병행제 기업으로 참여해 배움과 학습을 병행하는 학습근로자를 본 후 배움에 대한 열망이 새롭게 타올랐다”고 털어놨다.
박씨는 패션 디자인 뿐 아니라 패션업 전반에 걸쳐 이론과 실무 기술을 배울 수 있는 패션메이킹과에 입학했다. 40살 어린 동기들과 패션 전문가로서의 꿈을 키워나갈 계획이다.
고은혁양은 2년 전 명문대 인문사회계열학부에 입학했지만 불투명한 미래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자신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다 아버지가 운영중인 기계분야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 기술을 습득하면 평생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확신도 들었다.
고양은 기계분야 전문 기술자가 되기 위해 고학력자를 대상으로 교육하는 폴리텍 인천캠퍼스 하이테크 과정에 입학했다. 그는 “입학한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지만 하루하루 미래가 뚜렷해지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선박관련 외국계 기업에서 재료 전문가로 일했던 이봉규씨는 조선업계 불황으로 회사들 그만두고 용접공으로서의 새로운 인생을 준비하고 있다.
남인천캠퍼스 특수용접과에 입학한 이씨는 “비록 늦은 나이에 기술을 배우기 시작했지만 10년 후에는 인정받는 전문가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우영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은 “취업 절벽의 위기 상황에서도 학생들이 기술을 선택해 우리 대학에 온 만큼 질 높은 교육으로 취업을 이룰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