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임성영 기자] 파리 테러로 위축됐던 투자심리가 국제유가 반등 소식에 다소 풀렸다. 간밤 뉴욕증시가 유가 반등에 상승세를 회복하면서 국내 정유·화학주도 덩달아 살아나고 있다. 덕분에 국내증시도 전날 낙폭을 만회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유가가 지속적으로 반등하기를 바라기엔 수요와 공급 불균형이 단기간에 해소되기가 만만치 않다.
간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2월물 선물 가격은 전일대비 1달러, 2.45% 상승한 배럴당 41.7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나흘만에 반등한 것. 유가 반등에 힘입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가운데 에너지업종이 3% 넘게 올랐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이번 테러를 ‘IS의 전쟁행위’라고 규정하고 강력 대응을 천명했다. 파리 테러로 미국 프랑스 등의 보복이 확대되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유가 상승을 이끌었다.
국내 증시에서도 정유화학주가 오랜만에 기지개를 켜고 있다. 오전 11시40분 현재 에쓰오일(S-OIL)은 전날보다 1.88% 오른 7만700원에 거래되고 있다. GS(078930) SK이노베이션(096770) LG화학(051910) 롯데케미칼(011170) 등도 강세다.
하지만 국제유가 반등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최근 유가 약세 원인으로 꼽히는 원유 재고 증가 현상이 장기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12월 OPEC 회의에서 감산 합의 가능성이 작아진 가운데 미국 등 선진국 내 원유재고 부담은 유가의 추가 하락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원유재고는 7주 연속 증가해 4억8703억 배럴까지 늘었다. 지난 4월 역사상 고점인 4억9091억 배럴에 접하는 수치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전세계 바다에 떠있는 대형 유조선에 저장된 원유가 전세계 하루 공급량에 맞먹는 1억배럴 수준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연초대비 두 배 가량 증가한 것. 유가가 배럴당 40달러 밑으로 떨어질 땐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경기 회복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 해당 품목의 수출국 경제에 악영향을 준다. 원유 및 원자재 가격이 추가로 하락하는 악순환 국면이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원유 투기 수요를 흡수해 유가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
삼성증권은 이와 관련해 유가 상승과 연계된 ETF, 유가와 밀접한 주식은(에너지, 건설, 조선 등) 여전히 보수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삼성은 “원자재 수출 비중이 높은 신흥국 시장의 비중을 점진적으로 축소해 나가야 한다”며 “글로벌 경기 회복에 다른 수요 증가만이 유가 상승을 이끌 확실한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 12일 ‘세계 에너지 전망’(WEO-2015)을 통해 2020년 후반에야 국제 원유 가격이 80달러를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지만 그 시기는 더욱 장기화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