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09월27일 08시31분에 팜이데일리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홍주연 기자] 내시경 검사는 의료진에게 상당한 육체적 부담을 요구한다. 600g이 넘는 조작부를 든 채 손가락과 손목으로 휠을 움직여야 하고, 치료내시경의 경우 한 시간 넘게 같은 자세로 시술을 이어가기도 한다. 검사 건수와 치료 난도가 높아질수록 손목·어깨·허리 등에 가해지는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 이데일리와 만난 류지곤·정현수 서울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이러한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대안으로 메디인테크 전동식 내시경 '인티온 에스(INTION S)'를 꼽았다. 기존 기계식 내시경과 비교해 조작 부담을 낮추면서도 의료진의 움직임을 디지털 신호로 전환해 인공지능(AI)을 결합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는 평가다.
두 교수는 2021년 범부처 첨단 의료기기 연구개발사업을 시작으로 인티온 에스 개발과 임상 연구에 참여해왔다. 현재 진행 중인 범부처 첨단 의료기기 연구개발사업에도 참여해 AI 자율 조향과 치료 술기 자동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이데일리 제약·바이오 프리미엄 콘텐츠 팜이데일리는 두 교수를 만나 인티온 에스가 바꾸고 있는 내시경 검사 및 치료 환경에 대해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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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간 시술 부담 낮춰…외산 제품과 동등한 조작성 확인
기존 내시경은 의료진이 손으로 조작부의 휠을 돌리면 내부 와이어가 당겨지면서 내시경 말단 방향이 바뀌는 구조다. 의료진이 내시경 무게를 지탱하는 동시에 손가락과 손목 힘으로 움직임을 직접 만들어내야 한다.
류지곤 교수는 "같은 자세로 내시경을 들고 진료하다 보니 목이나 허리, 손목 등에 근골격계 질환을 겪는 의료진이 많다"며 "특히 치료내시경은 한 시간 이상 이어지는 경우도 있는데, 환자 몸 안에 내시경이 들어가 있어 중간에 내려놓거나 다른 의료진에게 넘기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도 "하루 종일 서서 집중해 내시경을 시행하면 육체적 피로가 상당하다"며 "진단 건수가 늘어난 데다 치료내시경이 발전하면서 시술 시간도 길어지는 추세여서 의료진의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인티온 에스는 의료진의 손이 담당하던 구동력을 정밀 모터로 대체했다. 의료진이 조작 신호를 입력하면 모터가 내시경 말단을 움직이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조작부 무게를 기존 610g에서 350g으로 40% 이상 줄였고, 휠 조작에 필요한 힘도 최대 85% 낮췄다.
류 교수는 "직접 사용 해보면 기존 제품보다 가볍다는 차이를 체감할 수 있다"며 "특히 손가락과 손목에 가해지는 부하가 줄어들어 장시간 기기를 잡아야 하는 치료내시경에서 효과가 더욱 크다"고 평가했다.
전동식 내시경의 성능과 의료진의 작업 부담을 확인하기 위한 임상시험도 진행됐다. 2024년 서울대병원에서 시행한 단일기관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에서는 인티온 에스가 기존 기계식 내시경과 비교해 주요 조작성 평가에서 동등한 수준의 성능을 보였다. 의료진의 신체적 피로도와 작업 부담은 더 낮게 나타났다. 해당 연구 결과는 2026년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됐다.
2025년에는 서울대병원·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분당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동국대일산병원 등 5개 의료기관이 참여하는 다기관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으로 연구 범위를 넓혔다. 의료진 11명과 환자 320명을 대상으로 검사 시간과 조작성, 의료진의 작업 부담, 환자 만족도와 안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했다.
외산 의존 벗어나…개발부터 의료진 참여
두 교수가 연구에 참여한 배경에는 내시경 국산화에 대한 의료계의 오랜 요구도 있었다. 세계 연성 내시경 시장은 올림푸스·펜탁스·후지필름 등 일본 기업이 95%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국내 의료진은 해외 기업이 개발한 완제품을 사용하는 데 그쳤고, 연구개발이나 성능 개선 과정에 직접 참여하기 어려웠다.
정현수 교수는 "일본 기업들은 연구개발을 자국 의료진을 중심으로 진행해 국내 의료진은 개발이 끝난 제품을 받아 사용하는 입장이었다"며 "국산 제품은 의료진이 연구개발과 개선 과정에 직접 참여해 현장의 요구를 반영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강점"이라고 말했다.
유지·보수 측면에서도 외산 장비 의존에 따른 불편이 있었다. 류 교수는 "내시경은 고장이 나면 신속한 수리가 필요하지만 국내에서 바로 대응하지 못해 일본으로 보내야 하는 경우가 다수"라며 "한 업체의 장비를 선택하면 시스템 호환성 때문에 같은 회사 제품을 계속 사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도 형성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 카메라와 영상 기술 수준을 고려하면 내시경을 개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메디인테크가 시제품을 제시했을 때 글로벌 업체와 경쟁할 제품을 만들어보자는 데 공감했다"고 말했다.
다만 국산화 자체만으로 의료현장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존 외산 장비와 비교해 성능과 안전성이 떨어지지 않아야 하고, 실제 진료 과정에서 의료진이 체감할 수 있는 편의성도 갖춰야 한다. 류 교수는 "1기 연구 핵심은 인티온 에스가 기존 외산 내시경과 비교해 임상 성능이 열등하지 않으면서도 무게와 조작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하는 것이었다"며 "의료기기는 새롭다는 이유만으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의료현장에서 안전성과 유용성을 증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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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화의 본질은 데이터화"…피지컬 AI 기반 마련
정현수 교수는 전동화의 의미가 내시경의 무게와 조작 부담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전동식 구조에서는 의료진이 내시경을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움직였는지, 물을 분사하거나 흡인한 시점은 언제인지 등 세밀한 조작을 디지털 신호로 기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전동화는 의료진의 모든 조작이 데이터로 전환된다는 의미"라며 "내시경 스콥을 조금 움직였는지 많이 움직였는지부터 물을 분사하고 흡인한 과정까지 세밀한 술기를 축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율주행 전기차가 여러 센서로 주행 과정을 데이터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능을 고도화하는 것과 유사하다"며 "내시경 조작이 디지털화되면 데이터를 활용해 다양한 소프트웨어와 AI 기능을 추가할 수 있어 확장성이 커진다"고 덧붙였다.
전동식 구조는 AI가 영상을 분석하는 수준을 넘어 내시경의 움직임을 직접 제어하는 '피지컬 AI'의 기반이 된다. 기존 기계식 내시경은 AI가 병변의 위치나 진행 방향을 파악하더라도 내시경을 움직일 구동 장치가 없어 이를 실제 조향으로 연결하기 어렵다.
류 교수는 "병변을 찾아주는 진단 보조 AI는 이미 여러 제품이 개발돼 있지만, 중요한 다음 단계는 AI가 내시경을 실제로 움직이는 것"이라며 "인티온 에스는 전동식 구조이기 때문에 AI가 내시경 말단을 전후좌우로 제어하는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메디인테크는 삽입 과정에서 진행 방향을 인식해 조향을 지원하는 '엔도파일럿(EndoPilot)'과 병변이 화면 밖으로 벗어났을 때 내시경 말단을 조정해 다시 추적하는 '엔도트랙(EndoTrack)' 등을 개발했다. 향후에는 병변 측정과 치료 경로 설정, 치료 과정에서의 정밀 조작 보조까지 AI 적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정 교수는 "AI는 피로를 느끼지 않기 때문에 의료진이 지친 상황에서도 일정한 수준으로 술기를 보조할 수 있다"며 "인지 영역에서는 병변을 찾고, 물리적인 영역에서는 내시경 구동을 지원하는 두 축이 결합돼야 의료진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내시경에 AI 로보틱스 결합…의료 평준화에 희망적"
메디인테크와 두 교수는 올해 4월 시작된 범부처 첨단 의료기기 연구개발사업을 통해 전동식 내시경에 AI와 로보틱스를 본격적으로 결합하고 있다. 2021년 95억원 규모의 1기 과제 이후 후속 사업으로 범부처 첨단 의료기기 연구개발사업 주관기관으로 다시 선정되며 228억원 규모 과제를 추가로 확보했다.
메디인테크를 주관기관으로 한국전기연구원(KERI), 서울대병원, 서울대,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이 참여하는 산·학·연·병 컨소시엄은 2031년 12월까지 'AI 기반 자율 조향과 초정밀 치료 술기 자동화 기술이 적용된 차세대 지능형 로봇 내시경 플랫폼'을 개발한다.
핵심 기술 중 하나는 자동차의 자율주행과 유사한 'AI 자율 조향'이다. AI가 소화기관의 좁고 굴곡진 구조를 인식해 적절한 진행 경로를 찾고, 전동식 내시경의 말단을 제어해 삽입을 보조하는 방식이다. 상용화되면 검사 시간을 단축하고 환자의 불편을 줄이는 동시에 의료진의 숙련도에 따른 검사 품질의 편차를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류 교수는 "1기 사업에서는 전동식 내시경이 기존 외산 제품과 비교해 임상 성능이 열등하지 않고 의료진의 피로도를 낮출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2기 사업에서는 여기에 피지컬 AI를 결합해 자율 조향 기술을 임상적으로 검증하고 로봇 내시경 플랫폼을 완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연구 범위는 일반적인 상·하부 위장관 진단 내시경을 넘어 십이지장경과 소형 담도경 등 특수 진단·치료 기기로 확대된다. 좁은 장기 안에서 여러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는 초소형 다관절 수술 기구도 내시경과 연동한다. 이를 통해 병변을 잡고 당기는 파지·견인부터 절개와 봉합까지 고난도 치료 술기를 정밀하게 보조하는 로보틱스 기술을 구현할 계획이다.
다만 기술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는 것과 실제 환자에게 안전하게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정 교수는 "자율 조향 기술이 상당한 수준까지 개발됐더라도 환자에게 적용하려면 충분한 안전성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 교수도 "자동화 이후에는 의료진이 어느 단계까지 개입하고 감독할 것인지가 중요한 문제가 된다"며 "자율화 수준에 따른 규제와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에 관한 논의도 기술 개발과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짚었다.
두 교수가 그리는 궁극적인 목표는 의료진이 앉아서 보다 편안하고 정밀하게 내시경을 시행하는 환경이다. 류 교수는 "외과에서는 로봇수술이 도입되면서 의사가 환자 옆에 장시간 서서 수술하는 대신 콘솔 앞에 앉아 모니터를 보며 수술할 수 있게 됐다"며 "내시경 분야에서도 의료진이 앉아서 편안하게 시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AI 로봇 내시경은 의료진의 육체적 부담을 덜어주는 데 그치지 않고 숙련도에 따른 진단·치료 품질의 편차를 줄이는 역할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 교수는 "내시경은 의료진의 숙련도에 따라 검사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시술"이라며 "AI가 병변 인식과 내시경 조작을 보조하면 경험이 적은 의료진도 일정 수준 이상의 진단·치료 품질을 확보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진의 숙련도와 검사 환경에 따른 편차를 줄이고 전체적인 내시경 진료 수준을 높이는 것이 AI가 의료현장에서 담당할 중요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