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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는 도시개발법을 위반한 시행사에 지상 방음터널 대신 지하터널을 건립하라고 처분했지만 시행사는 공사 기간, 기술적인 문제 등의 이유로 난색을 보이고 있다.
14일 인천시에 따르면 시는 최근 용현·학익 1블록 도시개발사업 시행사인 ㈜디씨알이(DCRE)에 제2경인고속도로 학익대교를 철거하고 대심도(지하)터널을 설치하는 개발계획을 오는 30일까지 제출하라고 행정처분을 내렸다. 기존 방음터널 설치 계획을 대심도터널로 바꿔 개발계획 변경 절차를 이행하라는 것이다.
◇“법 위반했으니 지하터널로 바꿔야”
학익대교는 미추홀구 용현·학익 1블록 중심부를 지나는 고속도로 구간이어서 아파트 준공 이후 입주민의 소음피해가 우려된다. 디씨알이는 2017년 고속도로 소음 저감 방안으로 학익대교 방음벽 설치와 저소음포장을 반영해 인천시로부터 개발계획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아파트 층수를 높이면서 지난해 개발계획 변경 절차 없이 반(半)방음터널(한쪽 차선만 지붕 설치)로 바꿨다.
시는 올 2월 사업점검 과정에서 시행사가 변경 절차 없이 소음 저감 방안을 바꾼 것을 확인하고 개발계획 변경 추진을 지시했지만 디씨알이는 이행하지 않았다. 개발계획과 다르게 사업을 벌여 시는 도시개발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올 6~10월 진행한 청문에서 디씨알이는 온전한 방음터널(1.7㎞·양쪽 차선 지붕 설치)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시는 이를 수용하지 않고 지난달 30일 대심도터널(6.5㎞)로 개발계획을 변경하라고 처분했다. 대심도터널 길이가 방음터널보다 긴 것은 지하 도로의 경사도를 원만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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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사 “행정처분 이행 불가”
시는 시행사의 법 위반으로 소음 저감시설 변경 사유가 발생했기 때문에 경관 훼손 등의 문제가 있는 방음터널 대신 대심도터널 건립으로 개발계획을 바꾸라는 것이다. 대심도터널이 들어서면 용현·학익 1블록 중심부를 지나는 학익대교를 철거하고 지역 단절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시는 보고 있다.
시 관계자는 “시행사 잘못으로 소음 저감시설을 변경해야 한다”며 “이왕 바꿀 거면 경관 훼손 등의 문제가 없는 대심도터널로 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지하터널이 들어서면 향후 소음 민원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시행사에 대한 청문 주재자(변호사) 의견을 반영해 처분을 결정했다”며 “이달 말까지 대심도터널을 반영한 개발계획 변경 절차 이행 서류를 제출하지 않으면 도시개발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행사는 대심도터널을 건립하면 13년이 걸린다며 처분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있다. 디씨알이가 용역을 통해 사업비와 공사 기간을 분석한 결과 방음터널은 3년이면 준공할 수 있다. 사업비는 방음터널이 1600억원이고 대심도터널은 1조2000억원이 소요된다. 디씨알이 관계자는 “대심도터널 공사를 추가해 개발계획을 다시 수립하라는 것은 이행이 불가능한 명령이다”며 “용현·학익 1블록 개발사업 자체를 무산시키는 것으로 시행자가 더 이상 사업을 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인천시는 디씨알이가 소송을 제기할 것에 대비해 법적 대응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행정처분과 별도로 용현·학익 1블록 도시개발사업은 원만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현재 기반시설 공정률이 37%로 계획했던 것보다 빠르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 설립, 학익역 신설 등의 기반시설 설치도 정상적으로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용현·학익 1블록 도시개발사업은 2025년까지 미추홀구 학익동 일대 154만여㎡를 개발해 시티오씨엘 아파트 8개 단지, 주상복합건물 2개 단지를 건설하는 것이다. 전체 1만3000여가구를 조성하는 미니 신도시급 사업이다. 현재까지 3개 단지의 분양을 완료해 공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