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가 상용화된지 3년이 지나면서 5G 이용자의 평균 사용량을 고려한 신규 요금제들이 쏟아질 전망이다. SK텔레콤이 29일 데이터 24GB에 월 5만9,000원 요금제와 24GB에 월 4만2,000원(온라인 가입 언택트 요금제)를 정부로부터 수리받아 8월 5일 출시하고, KT도 이르면 다음 주 정부에 5G 중간요금제 신고서를 접수하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는 준비가 더 필요하지만, 최대한 8월 중 대응 요금제를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SKT는 유보 신고제 적용 사업자라 정부에 요금제를 내면 최대 15일간(워킹데이 기준)정부로부터 심사받는다. 하지만, KT나 LG유플러스는 신고제 사업자라 금방 출시가 가능하다. 또한, 내년에는 해당 요금제보다 저렴한 5G 알뜰폰도 나올 전망이다. 드디어 5G에서도 요금경쟁이 본격화되는 셈이다.
T다이렉트샵에서 11월 4일까지 가입하면 40GB에 4.2만원
SKT가 이번에 내놓은 요금제는 예전에 데이터가 남아돌았지만 비싼 요금제에 가입해야 했던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전망이다. 한 달에 10~24GB를 쓰는 사람의 경우 지금은 110GB에 6만9,000원을 주는 요금제에 울며겨자 먹기로 가입할 수밖에 없었지만, 앞으론 24GB를 주는 5만9,000원 요금제(5GX플랜 베이직 플러스)에 가입하면 된다. 즉 월 1만 원 정도 요금을 절감할 수 있게 된다.
신혼부부나 1인 가구 등 약정·결합할인이 불필요한 사람이라면 언택트 요금제(온라인 T다이렉트샵에서 가입하는 요금제)에 가입하면 더 저렴하게 쓸 수 있다.
SKT는 이번에 24GB를 주면서 월 4만2,000원 하는 요금제(5G언택트42)도 내놨다. 이 요금제의 경우 11월 4일까지 프로모션을 하는데, 최대 40GB(소진 시 3Mbps)까지 데이터를 추가로 준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지난 11일 과기정통부에 신고서를 내고 “5G가 4년차에 접어들면서 보급률이 40%된 상황이다. 이처럼 5G가 보편적인 서비스가 되고 있는 상황이 중간 요금제를 도입하기에 가장 적절한 타이밍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간요금제뿐만 아니라 다양한 라인업을 만들어 고객 선택권을 강화하는 쪽으로 요금제를 설정했다”고 밝혔다.
홍진배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이날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요금제 수리 관련 브리핑에서 “상위 1% 사용자를 제외했을 때 24GB 정도의 평균 사용량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서 요금제를 설정했다고 보고 있다”면서 “5G 초기에는 데이터 다량 사용자가 LTE에서 5G로 넘어왔지만 이제 5GB 시장이 성숙됨에 따라 소량 요금제 사용자도 5G로 갈 요인이 생긴 만큼 그분들에게 줄 선택권을 줬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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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가 LG유플러스보다 먼저 5G 중간요금제 출시할 듯
SK텔레콤이 이날 정부 절차가 완료돼 전산 개발이후 8월 5일 5G 중간요금제를 선보이기로 하면서 KT와 LG유플러스의 대응에도 관심이 쏠린다. 구현모 KT 대표와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는 지난 11일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5G 중간요금제 출시를 약속했었다.
과기정통부 안팎에서는 KT가 LG보다 먼저 SKT보다 좀 더 저렴한 27~30GB를 월 5만 원대에 제공하거나 30GB를 월 6만 원 초반 대에 제공하는 요금제를 선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번에 출시된 요금제들 모두 알뜰폰 도매제공 대상인 만큼, 내년에는 중간사용자 구간의 더 저렴한 5G 알뜰폰 요금제도 출시될 전망이다.
홍 실장은 “시장지배자인 SKT와 달리 나머지 통신사는 신고제이다. 팩스 접수가 가능하다는 말이다. 어떻게 나올지 예상하기 어렵다. 기대하는 것은 좀 더 다양하게 접근해줬으면 좋겠다. 희망 사항이다. 요청 드린다”고 말했다.
유보신고제, 정착될까…두번째 신고 수리
이번에 SK텔레콤이 내놓게 되는 24GB 5만9,000원과 24GB 4만2,000원 언택트 요금제 등은 유보신고제 이후 두번째로 발표되는 요금제다. 수십년간 SKT 요금제는 정부가 인가하는 인가제였지만, 해외 사례와 민간의 요금 경쟁 활성화를 위해 사업자가 신고하고 정부가 일정 기준에 따라 심사하는 유보신고제(‘20년 12월 10일 시행)로 바뀌었다. 유보신고제상에서 정부는 해당 요금제가 이용자 이익을 저해하거나 공정경쟁을 저해한다고 판단할 경우 이를 반려할 수 있다.
그런데 정부는 이번에 SKT가 낸 요금제가 이용자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해 수리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출신인 김용재 한국외대 교수에 따르면 5G 사용자의 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익히 알려진 27GB라고 보기 보다는 중간값(데이터 사용량 1200만 번째 중간 값)은 15GB 내외라는 연구도 있다.
이번에 SKT가 신고한 요금제를 정부가 수리하면서, 통신 3사가 자율적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요금제를 만들어 경쟁하는 요금신고제(민간주도의 요금 완전경쟁)로 가는 발판도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