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바이오젠(아두카누맙), 로슈(간테네루맙), 일라이 릴리(도나네맙), 디날리 테라퓨틱스, JCR제약 등 해외 기업과 에이비엘바이오, 셀리버리, 압타머사이언스 등 국내 기업들이 알츠하이머, 파킨슨, 헌터증후군 등 퇴행성 뇌 질환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글로벌 치매 치료제 시장은 2020년 12억 달러에서 연평균 47.1% 성장해 2026년 약 123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뇌혈관장벽(BBB) 약물 전달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약 8억8000만 달러로 추산된다.
바이오젠 알츠하이머 치료제 아두카누맙은 지난 6월 세계 최초 치매치료제라는 타이틀을 얻었지만 효능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치매치료제 개발사 관계자는 “아두카누맙은 FDA로부터 허가 후 임상을 통해 효과 입증을 요구받았다. BBB투과율이 낮아 효능에도 영향을 끼친 것”이라고 말했다. 기대를 모았던 디날리도 지난 7월 헌터증후군 치료제 초기임상 결과를 발표했지만, 신경섬유 수치 감소가 기대치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시장에 안착하기까지는 BBB투과율을 높여 확실한 효능을 입증할 필요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퇴행성 뇌 질환 치료제는 직접 뇌에 투여하는 것 아닌 정맥주사 형태로 혈액을 타고 뇌로 전달되는 방식이다. 따라서 얼마나 많은 양의 약물이 혈액 속에서 오랜기간 생존해 뇌로 전달되느냐가 핵심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BBB 투과율에 집중하는 이유기도 하다. BBB는 뇌에서 유해물질이 뇌혈관에 침입하지 못하도록 방어하는 보호막이다. 하지만 장벽이 워낙 탄탄해서 약물이 뇌 손상 부분에 접근하기 어려워 난제로 꼽힌다. BBB 투과율은 0.1%~0.3%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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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 1상 진입을 앞둔 국내 기업들은 동물실험에서 기존 대비 우수한 BBB 투과율을 나타내며 글로벌 기업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파킨슨병 치료제를 개발 중인 에이비엘바이오(298380)는 원숭이 실험에서 BBB 투과율이 기존 대비 13배 정도(약 4%) 높은 것을 입증했고, 셀리버리(268600)는 3% 이상의 투과율을 확인했다. 압타머사이언스(291650)도 독자적 기술로 7%까지 끌어올렸다. 반면 FDA 허가를 받은 아두카누맙은 BBB 투과율이 0.3%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기업들의 경우 대부분 단일항체 위주로 접근한 글로벌 기업과는 달리 차별화된 독특한 플랫폼 기술로 치매 정복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에이비엘바이오와 셀리버리는 글로벌 기업들과 기술이전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퇴행성 뇌 질환 치료제 개발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은 단지 항체 기술이 아닌 이중항체, 압타머, RNA라는 새로운 신기술로 치매 치료제 개발에 접근하고 있다”며 “단순 BBB투과율이 높은 것뿐만 아니라 반감기(약효 지속 시간)가 길고, 독성 단백질 제거 능력이 우수함을 입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에이비엘바이오는 기존 대비 13배라는 높은 BBB투과율과 더불어 BBB 전달체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디날리 대비 높은 반감기를 확인했다. 바이오오케스트라는 리보핵산(RNA) 기반 뇌 특이적 전달시스템을 개발, 아두카누맙 대비 투약량은 훨씬 적으면서도 독성단백질 제거, 인지능력 개선 효능을 입증했다. 셀리버리는 거대분자 세포 내 전송기술(TSDT)을 개발해 재조합 펩타이드가 BBB를 손쉽게 투과하도록 했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는 “아두카누맙의 경우 단일항체 기반이다 보니 BBB투과율이 높지 못해 약효가 충분하지 못하다는 게 업계 판단이다. 디날리의 경우도 BBB투과율을 30배 이상 높였다고 주장하지만 반감기(약효 지속 시간)까지 계산해야 한다. 장시간 혈액 속 약물의 농도를 확인해야 한다”며 “퇴행성 뇌 질환 치료제는 기본적으로 약물이 우수해야 하며, 여기에 BBB 투과율과 반감기가 높다면 글로벌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