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조위)는 지난 2018년 11월 이후 판매된 라임자산운용 무역금융펀드(플루토TF-1호) 분쟁조정 신청 4건에 대해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결정했다고 1일 밝혔다.
운용사는 투자제안서에 수익률 및 투자위험 등 핵심정보를 허위·부실 기재하고, 판매사는 이를 그대로 투자자에게 제공하거나 설명함으로써 투자자의 착오를 유발한 것이 발목을 잡았다. 일부 판매직원은 투자자 성향을 공격투자형으로 임의기재하거나 손실보전각서를 작성하는 등 투자자의 합리적인 투자판단 기회를 원천 차단했다고 분조위는 지적했다.
정성웅 금감원 소비자 권익보호 부원장보는 “이와 같이 투자자의 자기책임원칙을 정상적으로 물을 수 없는 상황이 인정돼 금융투자상품 분쟁조정 사례 중 최초로 투자원금 전액을 반환토록 결정했다”면서 “2018년 11월 이전 판매분에 대해서는 계약취소 사유에 해당하는 불법행위가 확인되지 않아 분쟁조정 대상에서는 제외됐으나 향후 손해가 확정되면 조속히 분쟁조정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설명했다.
앞서 금감원은 라임운용 검사과정에 다수 불법행위가 확인된 무역금융펀드에 대해 우선 분쟁조정을 추진해왔다. 이를 위해 지난 4월 한 달간 합동 현장조사단을 구성해 사실조사를 하고 2차례 법률자문을 거쳐 지난달 30일 분조위를 개최했다.
사실조사 결과 라임운용과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2018년 11월 투자처였던 인터내셔널 인베스트먼트그룹(IIG) 펀드 부실을 인지한 이후 이를 감추려 운용방식을 변경해가면서 펀드 판매를 지속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라임운용은 투자제안서에 이미 부실이 발생한 IIG 과거수익률은 매달 0.45% 상승하는 것으로 기재하고 목표수익률은 7%로 적는 등 총 11개 중요내용을 허위·부실 기재했다. 판매사인 은행과 증권사는 이런 투자제안서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상품 출시를 결정하고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무역금융펀드 설정액은 총 2438억원이다. 이 중 IIG편입 펀드와 미편입 펀드를 합해 모자형으로 투자구조를 바꾼 2018년 11월 27일 이후 판매된 규모는 1611억원에 달한다. 판매사별로 보면 우리은행(650억원) 신한금투(425억원) 하나은행(364억원) 미래에셋대우(91억원) 신영증권(81억원) 순이다.
김철웅 금감원 분쟁조정2국장은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법리검토를 거친 권고안이므로 금융사들이 수용하기를 기대한다”면서도 “각 금융사 내 이사회 상정 사안이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치열한 논쟁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2018년 11월 이후 판매된 라임운용 무역금융펀드에 가입한 나머지 투자자에 대해서도 분조위 결정 내용에 따라 조속히 자율조정이 진행토록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조정절차가 원만히 이뤄질 경우 최대 개인 500명, 법인 58개사가 원금 전액을 돌려받는다. 환매 중단된 라임운용 4개 모펀드에 설정된 1조6679억원(지난해 12월 말 기준) 중 1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