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상징이었던 유럽 국책항공…'전성기는 갔다'

권소현 기자I 2015.09.24 14:46:18

체코항공·알이탈리아·포르투갈에어 외국 자본 유치
유럽 항공업계 경쟁 심화에 살 길 모색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대한항공(003490), 일본항공, 중국 국제항공, 에어인디아, 영국항공, 루프트한자, 터키항공…한 나라를 대표하는 국책 항공사들이다. 그 나라를 의미하는 단어나 국기, 무늬 등을 사용하며 한때 국가의 상징이기도 했다. 정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국영 항공사인 경우도 많았고, 그만큼 세계 곳곳을 연결하는 노선을 독점하며 수혜도 누렸다.

유럽에서 이러한 국책 항공사들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독점시절 굳어진 고비용 구조는 계속되고 있는데 경쟁은 점차 치열해지면서 지분을 팔거나 아예 사업을 접는 곳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국책 항공사들은 장거리 노선에서는 고품질, 저비용 항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중동 지역 항공사로부터, 단거리 노선에서는 저가항공사들로부터 원투펀치를 맞고 있다. 지난해 아일랜드 국적의 저가항공사인 라이언에어는 이탈리아에서 국영 항공사인 알이탈리아보다 더 많은 승객을 실어날랐을 정도다.

일부 국책 항공사는 생존을 위해 외국 항공사로부터 투자를 유지했다. 알이탈리아는 지난 1월 아랍에미리트(UAE)의 에티하드로부터 투자받았고 TAP 에어 포르투갈은 6월 미국 저가항공사인 제트블루가 이끄는 투자그룹으로부터 자금을 유치했다. 체코항공은 정부가 보유하고 있던 지분 44%를 대한항공에 매각했다.

일부는 여전히 투자자를 찾고 있다. 정부가 최대주주인 LOT 폴란드 에어는 벌써 수년째 매각을 추진 중이고 말레브 헝가리항공은 사실상 파산했다.

인수합병으로 살 길을 모색하기도 한다. 영국항공의 모회사는 스페인의 이베리아 항공에 이어 지난달 아일랜드의 에어 링구스까지 인수했다. 루프트한자는 오스트리아, 스위스, 브뤼셀 항공사를 품었다. 이들 대형 항공그룹은 유럽도 미국처럼 항공업계 인수합병이 필요하다면서 추가 인수합병을 물색하고 있다.

바첼라프 르제호르 체코에어로홀딩 회장은 “국적기 시대는 이제 끝났다고 본다”며 “중요한 것은 실행 가능한 사업과 운영 계획”이라고 말했다.

항공 이용객 규모 면에서 유럽은 미국 시장과 비슷하지만, 미국에는 항공사가 십여개 수준인 반면 유럽에는 60개의 항공사가 난립해 있다. 항공산업은 경제개발, 여행산업 등에 중요하기 때문에 소홀히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유럽 항공업계는 이미 포화상태를 넘어선 상황이라는 분석이 높다.

폴란드 정부가 선거를 앞두고 민영화 일정을 늦추자 이에 반발해 사임한 세바스찬 미코스 LOT 폴란드에어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유럽의 상황은 미국 와이오밍 주가 자체 항공사를 갖겠다는 것과 비슷하다”며 “지속가능한 상황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유럽 항공업계에 불어닥친 회오리에 승객들도 영향을 받고 있다. 루프트한자와 에어프랑스 등 대형 항공사들이 파업에 나서면서 결항이 이어졌고, 일부 유럽 도시로 가는 항공편 중에 수익성이 낮은 노선은 줄어서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저가항공사들은 주요 공항이 아니라 접근도가 떨어지는 제2의 공항을 사용해 공항 오가는 시간과 비용이 만만찮고, 화물 하나 부치는 데에도 비싼 수수료를 물어야 한다.

하지만 국책 항공사의 변화에 긍정적인 시각도 있다. 대한항공이 인수한 체코항공은 1년 전 구조조정에 돌입한 결과 올해 상반기 흑자로 돌아섰다. 부동산 매각 등 일회성 요인을 제외하면 지난 2004년 이후 처음으로 흑자전환한 것이다. 감원과 임금 삭감, 유지보수나 기술, 통신 등의 재계약을 통해 비용을 줄였다. 편도 요금을 도입하고 일관되면서도 단순한 가격체계를 적용해 평균 항공운임이 10% 가량 상승했다.

르제호르 회장은 “민영화가 맞는 방향”이라며 “체코항공은 감성적으로나 역사적으로 여전히 중요하지만 이 사실만으로는 항공사의 존재를 정당화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외국자본을 유치했거나 인수합병됐거나 매물로 나왔거나 사업을 접은 유럽 국책 항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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