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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자회사들이 이례적으로 중간배당 결정에 나선 건 최악의 재무 위기에 빠진 모회사 한전의 요청 때문이다. 한전은 글로벌 에너지 위기에 따른 발전 연료비와 발전원가 급등으로 2021년 이후 45조원 규모의 누적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총부채도 올 상반기 말 기준 201조원까지 늘어난 상황이다. 한전은 부족해진 운영자금 상당 부분을 채권, 이른바 한전채 발행을 통해 충당하고 있는데, 이마저 ‘자본·적립금의 5배 이내’라는 한전법상 한전채 발행 한도에 막혀 내년부터 추가 발행이 어려워지리란 우려가 나온다.
한전이 증권가 예측대로 올해도 6조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한다면 내년 초 한전의 자본·적립금은 14조9000억원으로 줄어들고, 한전채 발행 한도도 74조500억원까지 낮아진다. 한전은 이미 이달까지 79조6000억원의 한전채를 발행한 만큼 내년 3월 결산 이후엔 한전채를 추가 발행하기는커녕 5조원의 초과분도 즉시 상환해야 할 판이다. 그러나 한전이 연내 자회사로부터 3조2000억원의 중간배당을 받게 된다면 한전의 연말 기준 자본·적립금은 18조1000억원으로, 한전채 발행 한도는 90조5000억원까지 늘어나며 한숨 돌릴 수 있게 된다.
한전은 원래 자회사에 4조원 이상의 중간배당을 요청했으나 자회사들이 난색을 보이며 중간배당 요청 규모를 3조2000억원으로 낮췄다. 한수원이 가장 많은 1조5600억원, 동서발전을 비롯한 5개 발전 자회사에 1조4800억원이 배정됐다. 한전KDN은 1600억원이다. 모회사인 한전만큼 상황이 나쁜 곳은 없지만, 지난 9월 말 기준 한수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1조원 남짓인 것을 고려하면 자회사들도 이번 중간배당으로 상당한 자금운용 부담을 안게 된다.